적진으로 파고 드는 병사에게 총을 주지 않고 적과 싸우라면 총알 받이가 되라는 것과 같다. 같은 이치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소방관에게 방화복 대신 방수복을 입히거나 방화복이 모자라 남의 것을 빌려 입게 한다면 소방관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과 뭐가 다를까.
도내에는 28개의 소방서가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소방인력은 4천 500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이 화재 진압 때 반드시 입어야하는 필수 장비 가운데 하나인 방화복은 3천 800여 벌 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700벌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숫자는 1인당 한벌씩 계산했을 때다.
파출소 근무자와 구조대원 등 현장 근무 소방대원에게 방화복과 안전화, 안전장갑을 2벌씩, 사무직 등 일반 소방대원에게 한벌씩 지급하도록 명시한 소방장비관리규칙 대로라면 실제 수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이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화복이 워낙 부족한데다 출동이 잦을 때는 미처 방화복을 손질하지 못해 동료 소방대원의 방화복을 빌려 입고 출동한다니 세계 10대 경제국가라고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허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도 이 경우는 나은 편이다. 빌려 입을 방화복이 없을 때는 화기에 취약한 방수복을 입고 진화작업을 할 때도 없지 않다니 벌어졌던 입이 닫히지 않을 지경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도소방본부 관계자의 해명은 더 기가 막힌다. 소방본부는 도비 3억 9천여만원을 들여 올해 신규 채용한 소방대원 400여 명에게 지급할 방화복 881벌을 확보하기 위해 조달청에 구매를 요청했는데 조달청 입찰에서 낙찰된 방화복 제조업자의 납품이 4개월 째 늦어지고 있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소방본부 말대로라면 조달청과 납품 업자의 잘못이 크다. 방화복은 자연인이 입는 평상복과 다르다. 화재는 예고가 없는데다 무시로 발생한다. 때문에 소방대원의 방화복은 군대의 무기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우리 소방대원들은 지휘부와 조달청, 업자의 태만으로 위험 앞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 아닌가. 결코 용납될 일이 아니다. 도소방본부는 21세기 ‘경기소방’의 위상을 정립하고, 1천만 도민으로 하여금 소방에 관한한 티끌만한 우려를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없이 부끄러운 방화복 실태(失態)를 조기에 수습해야할 것이다.
방화복 빌려입고 진화하는 소방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