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를 생각하면 어려울 순 있어도 차근차근 시도해야 해요.”
30일 인천시 강화군 산마을고등학교는 활기로 가득하다. 3월이 되자 학생들과 푸릇한 새싹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날 3학년 학생들이 개인 텃밭에 감자를 심었다. 학생들은 개성 넘치는 푯말이 꽂힌 자신만의 텃밭을 직접 가꾼다. 어떤 작물을 키울지 선생님과 의논해 학기 초 결정한다.
1만㎡에 달하는 실습지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재배한 다양한 농산물은 급식에 오른다. 특히 농사 동아리인 ‘영농단’이 벼농사를 담당하며, 쌀은 100% 자급자족으로 해결한다.
학교의 화장실은 ‘생태뒷간’이라고 불린다. 양변기와 비슷한 형태지만, 일반 화장실과 달리 볼일을 보고 물이 아닌 톱밥을 뿌려 마무리한다.
3학년 김두열 학생은 “산마을고는 순환 원리가 있다. 밭과 생태뒷간, 퇴비장이 돌고 돈다”고 말했다.
산마을고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작은 사회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연에서 키운 농작물을 삼시 세끼 먹는다. 생태뒷간에서 나온 배설물과 급식 잔반은 학교 뒤편에 있는 퇴비장으로 향한다. 만들어진 퇴비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방준호 교사는 “탄소중립 중점학교로 선정되기 전부터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며 “여기서 어떤 걸 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인천에서 유일하게 ‘탄소중립 중점학교’로 선정된 산마을고의 봄은 지구의 미래를 품고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기상청 등 6개 관계부처와 협업으로 ‘2023년 탄소중립 중점학교’ 40곳을 선정했다.
2000년 문을 연 산마을고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다. 교육철학인 ‘자연·평화·상생’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 60명의 소규모 학교다.
앞서 산마을고는 인천시교육청이 공모한 2021년 탄소중립 시범학교, 2023년 채식선택급식 선도학교에 선정된 바 있다.
산마을고는 아직 생소한 ‘퍼머컬처’를 주요 과제로 진행한다.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구적인(permanent)’과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다. 흙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의미한다. 디자인도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작년엔 1학년 교실의 창살을 본떠 밭의 모양을 만들었다. 올해의 밭 디자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소통하며 준비 중이다.
여름방학에는 마을과 함께하는 캠프를 열어 퍼머컬처 수업과 탄소중립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