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내부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직원들은 이 총재의 업무능력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봤지만, 직원 처우 개선 등 내부 경영 부문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은 노동조합은 이 총재의 취임 1주년을 평가하는 조합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1002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의 조합원들은 이 총재가 취임 이후 물가·금융 안정을 위해 시의적절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금리인상 등)이 시의적절했는지 묻는 질문에 16%가 '매우 그렇다', 6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은 11%였다.
금융시장 안정화정책 등 금융안정을 위한 노력이 시의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84%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의 응답 비율은 각각 8%, 1%로 집계됐다.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의 국제적인 위상이 올라갔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합원들 중 58%(▲매우 그렇다 14% ▲그렇다 44%)는 이 총재의 취임 이후 한은의 국제적 위상은 올라갔다고 응답했으며, 43%(▲매우 그렇다 8% ▲그렇다 35%)의 직원들은 금융당국 사이에서 한은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반면 급여 등 처우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재 취임 후 직원들의 급여가 적정한 수준으로 회복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48%는 '그렇지 않다', 45%는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한은의 적정 급여 수준은 '금융공기업 평균'(32%) 내지는 '금융공기업·시중은행과의 평균'(34%)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총재는 취임 당시 직원들의 기대에 부합하듯 '개개인의 동기부여와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보람 못지않게 인사조직 운영이나 급여 등의 만족도도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고 취임사에서 언급한 바 있다"며 "한은을 떠나는 젊은 직원들은 늘었고 남아 있는 직원들의 표정은 1년 전에 비해 더욱 어둡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한은법 개정'을 위한 이 총재의 노력도 촉구했다. 기획재정부에서 한은의 인건비를 승인하는 현 구조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결정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은법 개정에 대해서는 45%의 직원들이 적극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40%의 직원들은 진행 후 원하는 방향이 아닐 경우 중간에서 선회해야 한다고 답했다.
노조 측은 "8년 간 전임 총재의 내부경영에 실망한 직원들은 외부 출신 신임 총재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내부경영 측면에서의 평가 결과는 좋지 못하다"며 "한은 직원들은 노사협상을 통해 한은 금통위에서 인건비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총재가 한은법 개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