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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창]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밀리언다이얼로그(Meliandialogue)

 

개전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으로 이어지며 ‘인내심 싸움’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배후지원 세력인 서유럽은 단일대오 실종으로 ‘반러연대’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전쟁장기화로 인한 탄약· 미사일 등이 고갈 상태에 이르러 전쟁양상은 미국 등 서방이 원하는 방향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뜻밖의 수혜(미국의 동북아 집중도 저하, 러시아의 중국 의존 제고)를 입고 있는 중국이 종전 내지 휴전을 위한 중재 의사를 비추고 있는 것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황과 정세 변화는 서방의 입장에서 ‘플랜B’ 준비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미국은 먼저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냉혹한 실상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우크라이나가 발버둥을 쳐도 러시아군을 패퇴시키거나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 수 없는 중과부적의 실상이다. 미국의 희망은 우크라이나 군이 푸틴을 밀어붙여 푸틴으로 하여금 평화협상무대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지만, ‘반러연대’의 흔들거림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립화란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전쟁 수혜국인 중국은 유럽과 드리워진 펜스를 고치려고 노력해왔다. 무역, 투자, 첨단기술 습득을 위해서는 유럽과의 일정한 관계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가진 중국이 오랜 앙숙이던 사우디와 이란을 성공적으로 중재하듯 우크라이나전 마저 독자적으로 중재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평화와 하모니에 헌신하는 이미지를 휘날리게 되고, 미국은 ‘쇠퇴 국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이에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은 냉전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에 벌어졌던 1967년 6일 전쟁과 1973년 중동전을 구소련과 합동으로 종전시켰던 전례를 다시 들추어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한 만큼 러시아의 자리에 중국을 집어넣으면 그림이 그려진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나마 중국에 손을 내밀어 공동중재자 역할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중국 견제에 주력해온 미국 정책당국자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손실보다 이득이라고 본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가적 자존심이 상하지만 ‘밀리언 다이얼로그(Meliandialogue)’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밀리언 다이얼로그는 부상하는 아테네가 약소국가 밀로스 섬에 장군을 보내 항복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밀로스 섬 주민 1500여명을 몰살시킨, 가슴 아픈 약소국의 설움을 상징하는 단어다. 국제 사회에서 힘이 판치는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 러시아의 현 점령지를 인정하는 선에서 휴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이다. 아울러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보다 적극 지원하는 것은 고심의 한 수다. 올해 안으로 종전 노력이 배가된다면 우크라이나 재건문제가 숨은 이슈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일정한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사적 지원은 불가피한 조치이다. 전후 재건 시장 참여는 반도체 수출 저조로 힘들어진 우리 경제를 또 다른 차원에서 일으킬 수 있는 영양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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