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법안' 처리를 앞둔 여야의 첨예한 대치가 잠시 소강국면에 빠지면서 여야 원탁회의가 이뤄지는 등 해빙무드가 조성된 탓인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대규모로 일본을 방문하는 韓流가 아닌 '日流'열풍이 불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만 무려 80여명.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로 여기에다 의원들을 수행하는 비서진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명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 40여명이 오는 28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찾는다.
명목은 한일, 일한 의원연맹 제30차 합동총회로 내년이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원외교 강화 차원이라는 것.
또 하나는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의원 축구연맹 소속 의원 40여명이 오는 29일부터 1박2일 동안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들 여야 의원들은 축구연맹에 몸담고 있는 만큼 일본 중의원 소속 의원들과 29일 오후 3시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친선축구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한국측은 전후반 각각 35분씩, 일본에선 45분씩을 풀타임으로 하자고 맞서 결국 경기시간을 전후반 40분으로 한다는 합의까지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번 축구경기엔 열린우리당의 조배숙, 김선미, 강혜숙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나경원, 김희정 의원 등 5명의 여성 의원이 참가해 숨은 저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대규모 일본방문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일부에선 만만찮은 소요경비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소속의원들의 일본방문엔 왕복항공료와 체제비를 합쳐 1억원이 넘고, 특히 국회의원 축구연맹 소속의원들의 일본방문엔 의원 1인당 회비 30만원에 참가비 50만원을 모아 1천200만원을 만들었고, 여기에 국회 사무처가 3천만원을 지원한다.
두 단체의 일본방문에만 모두 1억5천만원의 돈이 소요되며, 여기에다 수행비서진들의 체제비와 항공료까지를 합치면 그 액수는 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기국회 회기 막바지란 시점. 또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서민경제. 4대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 등을 접하는 국민들이 이들 국회의원들의 대규모 일본 방문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 지가 문제다.
못내 씁쓸함을 지울 순 없지만 여야 의원 80여명이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싸우지 않고 다투지 않을 것처럼 일본을 다녀온 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생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수확이라고 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