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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초등학교는 보육기관이 될 겁니다

 

오래 전 일이다. 강남 8학군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학부모 상담을 하고 나서 초등학교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보육기관으로 바뀔 것 같다고 했다. 그곳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지 않고 보육과 사회성 기르기만을 원한다고 했다. 필요한 교육적 부분들은 사교육에서 채우고 있으니, 그저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원만하게 지내면 족하다고 했다고. 상담의 내용들이 학교에서 교육은 필요 없고 보육이나 잘 해주면 장땡이라는 식이어서 친구가 상담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가 말했던 게 다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가 보육기관이 될 것 같다는 예언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되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는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육기관이 되었다. 공공기관 사업 특성상 한번 들어오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 특히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그렇다. 일단 시작되면 돌이키기 쉽지 않을 거다.

 

돌봄 교실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사가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사업도 아니고 이미 돌봄이 이루어지는 상태에서 마감이 몇 시간 연장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돌봄은 자리 잡은 사업이고 시간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돌봄 전담사 채용 문제는 교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힘겨운 맞벌이 부부를 위해 학교가 공간을 내주는 걸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돌봄 교실 시간 연장을 반대한다. 이유가 뭘까.

 

돌봄에 주로 참여하는 1, 2학년 친구들은 하루에 4차시에서 5차시 정규 수업을 받는다. 초등학교는 1차시에 40분이니 시간으로 따지면 160분에서 200분 정도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포함한 일과 시간이 끝나면 1시 10분에서 1시 50분 정도가 되는데 이때부터 저녁 8시까지는 6~7시간 정도가 남는다. 방과 후 학교에 가서 이런 저런 것들을 배워도 시간이 남아서 그때부터는 돌봄 교실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영상을 봐야 한다. 매일 반복된다.

 

글로 쓰니 썩 나빠 보이지 않는데 한 공간에서 12시간씩 머무르는 게 아동 정서에 좋을 리 없다. 교사이자 어른인 내가 8시간 이상 학교에 앉아있는 것도 힘든데 아이가 12시간씩 같은 공간에 있는 게 과연 발달에 건강한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다. 저녁 8시 즈음에 하교하는 아이는 집에 가서 씻고 잠들었다 다음 날 학교에 바로 와야 한다. 직장인도 8시까지 출근했다가 8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오래하면 병이 난다.

 

교사들이 반대해도 12시간 돌봄은 추진될 거다. 실제로 저녁 8시까지 일하는 분들은 아이가 학교에 오래 있는 게 안타깝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결국 부모 퇴근 시간을 앞당기지 않으면 8시 하교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의 직장 생활을 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보다 부모와 아이를 빨리 집에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근로 시간이 늘어나야 우리 모두가 잘 산다는 사회에서는 가족이 집에서 뭉치는 게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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