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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일과 노동에 대한 접근방식이 변해야

 

아이가 어릴 적에 어른이 묻는 공통의 질문이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너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래?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첫째, 실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대통령부터 과학자, 선생님, 축구선수 그리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답변처럼 미래의 모습을 설계해 보고 함께 상상해 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답변은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하는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답변은 일할 의지를 강조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커서 원하는 수익을 벌 만한 직업을 못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게 한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는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효과가 있다.

 

두 가지 답변 모두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일해야 먹고산다는 명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일은 삶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쳐야 하는 것이 일이요, 노동이다. 그런데 일에 대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존중은 일터의 형태나 임금 혹은 수입의 크기에 따라 차별이 심하다.

 

뉴스에서 일과 노동은 상당히 분리된 인상을 준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일보다는 특정한 일자리, 혹은 일자리 부족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해서 일하도록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은 일의 대가인 임금과 수입을 일의 가치로 대표하게 한다. 기업의 성과 자체가 고용된 노동자의 능력을 대변하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외면하게 하는 것도 유사한 결과다.

 

일과 노동은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 참여이자 인정의 기회이고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는 수단이다. 언론이 다루는 노동 관련 보도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노동 과정이나, 노동 활동을 형성하고 이끌고 관리하는 사회관계의 영역이다. 경영주의 갑질을 고발하는 뉴스는 이런 사장, 저런 사장을 부각한다. 분노하게 하고 불매운동을 해서 변화를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계약 관계나 업무 영역에 대한 구조가 어떠했는지, 그런 권력을 줄 수 있게 한 구조에 대해서는 주목을 덜한다.

 

노동 관련 언론 보도가 일터의 질적인 차원이나 노동 현장의 위계적 관계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플랫폼 노동, 돌봄 노동 등 노동 형태와 영역은 다변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공공 노조나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노동문제가 다뤄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노동 현장을 실제로 맞닥뜨리고 노동 구조의 모순을 끈질기게 보려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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