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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孤聲)] 한 놈만 팬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로 나오는 배우가 “난 무조건 한 놈만 팬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비록 여러 상대에게 집단공격을 당할 수 있지만, 어느 놈이든지 걸리는 한 놈만 패면 누가 선택될지 몰라 여럿임에도 섣불리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게 무대포 정신이란다. 그런데 그 정신이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최근의 우리 언론이다.

 

권력은 권력끼리 상호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루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무너지자 국민으로부터 제4부로서의 권한을 위임받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특권 속에서 언론은 탄생했다. 언론의 철저한 원칙은 공정 보도와 진실 찾기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까지 과(過)도 있었지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한 언론의 공도 크다. 그들이 감시할 권력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눠진 삼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권력 감시가 입법부에 집중되고 있다. 한 놈만 패고 나머지 권력과는 밀착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입법부의 구성원인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곳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의 권력 이탈과 남용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표피적인 보도로 그쳐 국민의 뇌리에서 금방 사라지게 한다. 대신 입법부 정치인들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발하고 비판적인 보도를, 심지어는 예단하는 특보라며 시리즈로 패고 또 팬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수능시험의 방향이 틀어지고, 대형 학원과 스타 강사들이 졸지에 카르텔(담합)의 주범이 되는 보도가 주를 이루고, 반통일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고, 일베 출신이 고위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됨으로 그 영향과 파급에 관한 분석 기사보다는 평면적인 기사들 뿐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가 방류를 앞에 두고 시원한 말 한마디 못 하는 정부를 두고도, 서울 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이 변경되었어도, 감사원의 사무총장이 횡포를 부려도, 내부자 거래를 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도, 법무부 장관이 휴대폰을 분실하면 강력반 형사들이 나서서 찾아주는 나라여도… 이처럼 행정부의 권력남용이 심각해도 스치듯 지나가는 보도로 금세 잊혀진 이야기가 된다.

 

사법부의 권력남용에도 비슷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 조작보고사건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비판 기사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야기는 다르다. 정작 국민과는 큰 관련이 없음에도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도둑놈들을 연결시키고, 돈 봉투 사건은 모든 정치권 사람들의 도덕적 척도로 인용된다. 그놈의 도덕성을 왜 정치권에만 적용하는가. 모든 권력남용에 적용되어야 하거늘 정치권은 원래 더럽고 냄새나는 놈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정치 불신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언론이 그렇게 외치던 공정과 진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어쩌면 관행처럼 이어져 온 언론계와 관계, 대장동 비리의 주범인 김만배 기자와 사법부의 유착관계처럼 공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제 커밍아웃하라. 우린 기득권층에 대항하는 놈만 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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