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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시작하는 곳…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한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탐구
8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어릴 적, 해가 지는 무렵을 바라본 적이 있어. 난 어둠이 시작하는 곳을 찾고 싶었어. 하지만 삼촌은 내게 말했지. 어둠이 시작하는 곳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

 

독일의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전쟁 범죄자 아돌프 아이히만과 대화하면서 말한 내용이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 수용소에서 허가를 해주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그저 행정적 절차에 따라 사인을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 백 만 명이 학살당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에서 ‘최종해결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집행한 인물이다. 히틀러와 사진 한 번 찍길 바라며 승진하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잔혹한 참수형 대신 가스 수용실이 낫다고 말한다.

 

 

홀로코스트의 참상과 ‘악의 평범성’을 알린 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가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의 작품이다. 고대 문학을 전공한 마시니는 냉철한 시선으로 동시대 문제에 귀 기울였다.

 

유대인을 ‘처리’한 홀로코스트에서 아이히만은 나치 친위대(SS)의 중령이었다. 대학살을 자행한 ‘악’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는 한나 아렌트의 질문에 아이히만은 자신은 소심하며 권력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끊임없이 항변한다.

 

빛은 어둠속에서 자명하며 아이히만 역시 그런 인물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한나 아렌트에 아이히만은 먹고 살기 위해 할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유대인은 그의 계획에 따라 학살됐고, 아이히만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놀랐다. 일상생활 속에서 승진과 안락한 의자, 명성, 돈을 좇는 맹목적 태도는 살생의 무책임함을 가져왔다. 누구나 가질 법한 평범함을 주의하지 않으면 악을 가져오게 된다. 의심하지 않는 삶은 재앙을 가져온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판한 대학생이 있었다. 뮌헨 대학교 학생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다. 그들은 1942년부터 1943년 2월까지 나치의 대량학살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제작해 뿌렸는데, 나치는 그들을 사형에 처한다. 비폭력으로 저항한 그들의 행동은 인간의 양심을 상징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빛’과 같은 인물은 악에 대항해 한 번 더 의심하고 숙고하는 태도를 가질 때 생겨난다. 극작가 마시니는 인간은 누구에게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사회를 감시한다.

 

한나 아렌트 역에 차유경, 아돌프 아이히만 역에 김수현이 출연한다.

 

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는 8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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