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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위조 위임장' 대출에도 담보 경매로…피해자 구제 '외면'

위조 위임장 받아 대출 연장 승인…담보제공인만 피해
금소법 적용 대상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 외면…대리위임도 거부
업계 "위조 서류 결재라인 통과...내부통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우리은행이 담보제공자 동의 없이 위조된 위임장을 사용해 대출 계약을 연장해 피해를 본 고객이 발생했다. 은행 측은 대출 처리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 연장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던 대출과 관련해 담보제공자인 70대 여성 A씨의 주택에 대한 경매를 개시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17년 A씨의 집을 담보로 B씨에게 기업대출을 실행했다. 두 사람은 동네 지인 관계로, B씨가 고령에 금융 지식이 적은 A씨에게 접근한 뒤 그를 담보제공인으로 내세운 것. 대출 서류에는 두 사람이 가족으로 나와 있으나 우리은행은 대출 실행 당시 이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받지 않았다.

 

차주 B씨는 이후 A씨의 동의 없이 4차례나 대출 연장을 신청했고, 우리은행은 이를 승인했다. 심지어 B씨가 제출한 위임장이 위조된 것이었음에도 대출 연장이 이뤄졌다. 은행 내규에 따라 제3자 담보제공의 경우 담보제공자와 차주의 관계, 담보 제공 사유, 담보 제공 의사 등을 명확하게 확인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A씨의 몫이 됐다. 주택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알게 된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은행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B씨는 지난해 1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지난 3월 법원이 개인회생 신청을 기각하면서 우리은행은 A씨의 주택을 경매에 넘겼다. 담보물을 경매로 넘기는 과정에서 아무런 협의와 고지도 없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 측은 통지 의무 위반 및 위조 위임장 사용을 근거로 해당 계약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위법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은행 측은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담보제공인은 금소법상 금융소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A씨가 고령인데다 심장수술로 입원해 직접 영업점에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의 조카 C씨가 대리위임을 받아 처리하려고 했으나 우리은행이 이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은행은 서류를 통해 A씨와 C씨가 친인척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법률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리위임을 거절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고령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법정후견인 지정, 채무인수 등을 민원인에게 수차례 제안하고 설득했으나 이를 거절해 불가피하게 경매가 진행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담보제공자 A씨의 동의 없이 위조된 위임장으로 대출을 연장해준 은행의 잘못이 분명함에도 우리은행이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 측이 제안한 채무인수는 은행이 손실을 전혀 떠안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며 각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음에도 소비자 보호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C씨는 "은행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정상이자로 감면을 해줄 수 있는데도 십 원도 손해를 안 보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채무인수를 하면 은행이 ‘너희가 인정하고 굴복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조된 서류가 결재라인을 그대로 통과했다는 것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에 따라 고령의 고객이 손해를 입었는데도 은행이 전혀 손해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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