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업인 A씨는 지난 2016년 오이농사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예초작업을 하다가 눈에 파편이 튀어 2019년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NH농협생명은 예초작업이 약관상 '농업작업'이 아니며, 보험기간 내 장해상태가 됐음에도 계약종료 후 진단확정이 나왔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2021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NH농협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NH농협생명의 최근 5개년 평균 보험금 부지급률이 10대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보험인 농업인안전보험을 독점 운영하고 있는 농협생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생명보험협회 소비자포털 등을 분석한 결과, 농협생명의 지난 5년(2018~2022년) 평균 부지급률은 1.3%로 10대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이는 10개 사 평균(0.8%)보다 0.5%p 높은 수치다.
최근 3년간 농협생명의 부지급건수와 부지급률을 살펴보면, 방카슈랑스가 2822건(89.3%)로 가장 높았다. 고령층인 농업인들이 지역농협 창구에서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지급 사유로는 약관상 면·부책이 76.8%(2426건)로 가장 높았으며, 고지의무 위반이 21.4%(677건)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농업인안전보험을 독점 운영하는 농협생명의 현저히 높은 부지급률은 농업인의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일어나는 재해를 보장하는 정책보험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7~80%를 지원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주 고객층인 고령의 농민이 상대적으로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합당한 보험금 청구도 일단 거절하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업인이 작업 중에 기초적 안전보장을 받기 위한 선택지는 농협생명이 취급하는 상품 이외에 없다"며 "농협생명은 자의적 약관해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말고,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농업인에게 합당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