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최근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를 앞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상품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 주담대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각각 0.1%포인트(p), 0.2%p 인상하기로 했으며,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도 0.2%p 높인다. 아울러 오는 13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둬 만 34세 이하에게만 대출을 내어줄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오는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p 상향 조정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 감면율을 0.15%p 축소해 실질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내부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기조에 맞추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부장단과 매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 3294억 원으로 8월 말 대비보다 1조 5174억 원 늘어난 상태다. 특히 주담대 잔액이 같은 기간 514조 9997억 원에서 517조 8588억 원으로 2조 8591억 원 불었는데 이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 7989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다만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를 앞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인터넷은행 등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빠르면 올해 말부터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 적용대상을 기존 신용대출에서 주담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낮추면서 가계대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 들어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연 3%대로 낮췄고, 카카오뱅크도 다른 금융기관 대출 상환 목적일 경우 0.4%p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금리 등 대출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가계대출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금리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갈아타기가 쉬워진 환경에 맞춰 인터넷은행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