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번 주 목요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긴축 가능성과 3%대로 높아진 물가상승률 등 금리 인상 요인과 경기부진·가계부채 경계심 등 금리 인하 요소가 동시에 존재해 한은이 섣부르게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한은 금통위는 오는 19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후 지난 8월까지 5차례 연속(2·4·5·7·8월) 동결해 왔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3.50%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발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진 만큼 추가 긴축으로 대응하기보단 금리 동결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 움직임이 금리 인상의 주요 근거로 언급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현재 2.0%p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가 더욱 확대되며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 물가 상황도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으며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도 3.3%을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10월부터 둔화해 연말 3% 내외로 내려온다고 전망했다.
다만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심상치 않은 가계부채 상황은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 또한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79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8월 증가 규모(6조 9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이사철 수요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 정책 또한 한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한다. 섣불리 금리를 높였다가 부동상 폭락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다른 중동국의 개입 등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유가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80달러 중반이 될 것이라고 가정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유가가 더 오르면 아마도 성장률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수준(3.5%)의 기준금리를 한동안 유지하다 내년쯤 인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다가,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화하는 하반기 중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