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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냉랭한 시상식

 

지난주에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사격경기 시상식장의 모습을 돌이켜 본다. 금메달은 한국, 은메달은 북한. 시상식 후 금ㆍ은ㆍ동 메달을 수상한 모든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함이 관례인가 본데, 우리 선수단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선수단이 참여를 거부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유도에서는 패자인 우리 선수가 승자인 북한 선수를 찾아가 승리를 축하하며 악수를 청했으나 북한선수는 무심하게 이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예를 중시하는 유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탁구, 농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아린 안타까운 모습들이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추억해 본다. 나는 그 때 북한선수단의 선수촌에서 통일부 연락관으로 북한선수단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다. SBS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북한선수단 선수촌에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훈련 내용, 소속, 언제부터 축구를 했는가, 결혼 여부, 애인은 있는가, 북한 여자 축구의 현황 등 등. 그러던 중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한국 남자 축구 선수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함께 연습할 때 무슨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우린 연습을 어떻게 하는가, 하루에 몇 시간 연습을 하는가, 뭐 이런 훈련에 관련한 것들을 물어 보는데, 가네들은 아 길세, 애인 있는가, 나 어떤가 뭐 온통 여자밖에 관심이 없더구만요”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던진 한마디가 명언! “기리니까, 가들 금메달 못 땄지요!” 기자, 남북 연락관, 선수들 모두가 깔깔깔!

 

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북선수간 경기를 시청하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20년 전의 부산 아시안게임 남북 선수단의 아름다운 만남과 지금의 안타까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웠고 가슴엔 울분이 가득했었다. 누가 우리네 젊은이들의 이 즐거움을 빼앗아 갔는가. 다시 그런 기쁨을 이들에게 돌려 줄 길은 없는가.

 

정치인들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 주겠다고 공언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늘 자신들의 권력 쟁취나 유지를 위한 거짓으로 점철된 행동으로 우리를 자주 실망케 한다.

 

남북간 화해와 평화, 그리고 번영은 남북 주민 모두의 꿈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그런데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장애물이 되려고 한다. 전쟁으로 얼룩져 가는 현 세계정세 속에서 남북간의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궁리를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렵게 합의한 남북간 군사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 같다. 남북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정치, 남북관계를 재개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찾는 길에 매진하라는,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 번 강서구 보궐선거에서의 민심이 분명한데, 이 정부가 이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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