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등 현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면서 의료현안·제도 개선을 위해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4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주요 의료정책 추진을 위해 '9·4 의·정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의료현안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등 의료정책 추진 계획이 담겨 있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방안을 함께 수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달 2일 제15차 회의가 예정된 협의체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안 발표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확정한다면 사실상 협의체는 해체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추진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기피 과목과 지역병원 부족 문제를 겪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를 두고 그동안 복지부와 조율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의사협회는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복지부가 의사협회와 합의에 따라 진행키로 한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10년간 의사 인력은 30%나 증가했지만 비필수 영역의 일부 인기과에만 지원자가 점점 몰리고 있다”며 “필수과 기피의 원인은 월급이 비필수과 인기과보다 훨씬 낮고 막대한 의료분쟁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말하면서도 “의사 수 증원에 대해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8년에도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예비 급여 고시, 포괄 수가 확대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도출하지 못하고 9차 협상 끝에 해체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