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터진 지 3년 만에 금융당국이 관련 증권사 CEO들의 제재수위를 논하는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최근 들어 당국이 증권사의 내부통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이들의 징계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정례회의가 열리는 오는 15일과 29일 중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양홍석 당시 대신증권 사장(현 부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처분하기도 했다.
이후 제제 확정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같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일부 금융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징계의 정당성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관련 제재를 보류했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 CEO의 제재 역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며 당위성을 확보한 금융당국은 지난 9월부터 증권사 제재에 대한 심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연임 등 향후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CEO들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경우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한 CFD(차액결제거래) 충당금과 함께, 영풍제지 건으로 미수금 4333억 원의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부담이다. 황현순 대표는 이로 인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소속 프라이빗뱅커(PB)는 10년간 고객 재산을 관리하며 수익률을 속였다가 적발됐고,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받게 됐다.
금감원장도 대외적으로 증권사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실패는 금융회사 CEO나 최고위층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증권사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선 당국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 정당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본격적으로 증권사 CEO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