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규모 횡령 등 여러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던 여신전문금융업권과 상호금융업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임직원에 대한 징계 권한을 담은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직원의 횡령 사건 등이 일어날 경우, 직속상관인 임원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직무 정지’나 ‘해임 건의’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 특히 여신전문금융법과 신용협동조합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나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은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임직원을 직접 제재할 수 없다. 은행 등과 달리 '고객 돈'을 관리하는 수신 기능이 없어 상대적으로 당국의 제재 권한이 약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롯데카드에서 100억 원 대 배임사건이 일어나는 등 이들 업권에서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통제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횡령, 배임, 증여 등을 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법안이 신설되면 임직원 제재사유로 추가해, 사고 발생 시 해당 직원과 관리책임이 있는 임원에게 금융당국이 직무 정지·해임 권고 조치 등 징계를 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상호금융 업권에 대해서는 신용협동조합법에 있는 임직원에 대한 행정처분 사유에 형법이나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을 넣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신협법의 해당 조항은 농협 등 다른 협동조합법이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협동조합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개정이 이뤄진다면 임원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직원에 대해서는 최고 징계면직까지 당국이 직접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상호금융 가운데 새마을금고는 이런 제재 강화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은 현재 금융당국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법안이 개정될 경우 금융사고 발생시 당국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책임'과 임원들의 '관리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을 징계하거나 직원 본인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임원에게까지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금융당국은 관리 책임이 있는 핵심 임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빠져나가는 만큼, 당국의 인사 조치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로서는 수억원대의 과태료보다도 회사 핵심 간부의 징계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논의 중인) 개정안이 도입된다면, 각 금융사는 고위급 인사의 ‘징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