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라임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전 회장을 고문으로 선임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시민단체가 우리금융지주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고발했다.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과 거액의 고문계약을 맺은 것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것. 이에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고문계약에 대해 재검토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우리금융을 고발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손태승 전 회장을 '관행'에 따라 4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지급하며 고문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과도 고문계약(연봉 2억 8000만 원)을 맺은 상태다.
임기를 마친 전임 회장이나 은행장들이 고문으로 활동하는 게 금융권에서 관례로 통용돼 왔지만, 손 전 회장의 경우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초래한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게 연대 측 주장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에 따르면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임직원 제재를 받은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

고발장에 따르면 연대 측은 "2019년 7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위법사항에 대해 우리금융에 업무 일부정지 3개월, 당시 대표였던 손태승 전 회장 등에게는 문책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의결해 처분 통지했다”며 “손 전 회장은 2023년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년간의 고문계약을 맺었고 그 연봉액이 4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원덕 전 우리은행 역시 2023년 7월 퇴임했지만. 그 역시 연봉액이 2억 8000만 원에 달하는 고문계약을 맺었다”며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임원 공시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연대 측은 손 회장이 명목상으로는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더라도 ▲일반적인 상근직 임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 ▲직전 우리금융지주의 대표로서 회사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점 ▲이전 상하관계였던 다른 임원들에게 사실상 업무상의 지시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규정된 사실상 임원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대는 “손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은 연임을 시도하다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이후 연임을 포기하고 고문직을 통해 사실상 임기연장과 비슷한 급여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금융당국 중징계 인사에 대한 고액 급여의 고문직 전관예우가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23일과 24일 열리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과의 고문계약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은 12월 초 올해 영업현황을 보고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연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이번 이사회에서 손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과의 고문계약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이와 관련해 내년 사업계획을 보고하기 위한 자리라며 고문계약 해촉 등은 안건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