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저신용자들의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마의 2%'를 넘겼으며,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하고 만기를 미루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저신용자들이 금융시장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카드·우리카드·KB국민카드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이 2%를 넘겼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이 2.25%로 국내 카드사들 중 가장 높았으며, 우리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2.1%, 2.02%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연체율이 2% 이상인 카드사가 3곳을 넘긴 건 2015년 1분기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 셈이다. 카드업계는 통상적으로 카드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연체율 수준을 2%로 본다.
카드론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이를 갚지 못하고 상환을 미루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 40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8%(4437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1조 원을 넘긴 카드사 대환대출 잔액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들이 같은 카드사에서 다시 심사를 받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대출로 갈아타는 은행권의 대환대출과 달리, 금리를 높여 만기를 미루는 것이다. 따라서 빚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 하락이나 금리 상승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대환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채무 상환 여력이 나빠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체율과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경기가 나빠지고 고금리 상황이 길어진 영향이다. 문제는 카드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 또는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길어지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으로 이들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에서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어 이들의 '돌려막기'도 한계에 달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대출 건수는 22만 2962건으로 전분기(33만 9332건)보다 34.29% 줄었다. 중금리 대출 규모도 12.1% 줄어든 1조 47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도 신용점수 500점 이하 회원에게는 카드론을 내주지 않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은행 대출에 비해 금액이 적은 카드 대출을 연체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오를텐데, 그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