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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월미도 평화발자국

휴전 70년 맞아…월미도 현장 탐방
월미공원에 남은 원주민 흔적 살펴

 

“10일날 새벽에 휘발유를 끼얹는 줄 알았어. 그게 네이팜탄이래. 그게 떨어지고 나면 완전히 불바다가 되는 거야. 비행기가 서쪽에서 떠서 북쪽으로 가는데 우리 동네만 폭격하고 가는 거야. 그 옆에 미군 부대는 놔두고”

 

인천상륙작전 닷새 전인 1950년 9월 10일. 월미도 마을 한복판에 폭탄이 떨어졌다. 마을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고, 주민들은 혼비백산해 집을 나왔다. 팬티 바람으로 뛰쳐나온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갯벌로 도망쳐 서로 몸에 진흙을 발라주었고 납작 엎드려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렸다.

 

당시 마을에는 600여 명이 살았다.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100여 명이 희생됐는데,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는 10명뿐이다.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인천을 탈환했지만, 월미도 원주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셈이다.

 

살아남은 월미도 원주민들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휴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던 곳은 미군 부대로 사용됐고, 미군이 떠난 뒤에도 우리 해군이 주둔했다. 지난 2001년 국방부가 물러났으나 인천시가 그 일대를 매입해 월미공원을 만들었다.

 

73년째 원주민들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인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청년모임이 휴전 70년을 맞아 ‘월미도 평화발자국’ 현장탐방을 진행했다.

 

탐방은 중구 인천역 광장에서 시작했다. 탐방에 참여한 20여 명은 버스를 타고 월미공원으로 이동했다.

 

월미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노란 현수막이었다. 이 자리에서 월미도 원주민들은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04년 월미공원이 착공하자 정문 앞에 판잣집을 짓고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수천일 간 이어졌고 현재는 끝난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히 미봉이라는 점이다.

 

정문에 있는 현수막에도 ‘월미도 원주민에 대한 귀향대책을 수립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월미공원에 들어서자 추운 날씨에도 산책을 나오거나, 놀러 온 관광객이 보였다.

 

이곳에는 각종 전쟁 관련 기념물이 있는데, 희생자와 관련된 건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만들어진 지 2년밖에 안 됐다.

 

‘월미도원주민희생자위령비’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폭격 당시 민간인 밀집 거주지였던 장소에 세워졌다. 현재 이곳은 월미전통정원으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강연 인천평통사 사무국장은 “시민단체는 제주4·3평화공원처럼 (월미공원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월미산 정상을 거쳐, 마지막 장소인 치유의 나무에 도착했다.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치유의 나무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생존한 7그루 중 하나다. 이 앞에는 모순처럼 인천상륙작전 기념물이 있다. 1960년 9월 17일 미 제7보병사단이 세운 것인데, 상징 마크도 담았다.

 

월미도 폭격 이후 73년이 흘렀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8년 원주민의 귀향·위령사업 지원, 가족관계 정정, 명예회복 등의 조치를 권고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올해 27억 3000만 원을 들여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벌였다. 월미도 원주민의 아픔은 외면한 채 전승의 기억만 쓰고 있다.

 

탐방에 참여한 이다영(19) 씨는 “제주도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인천에 사는 데 바로 옆에 있는 월미도의 역사는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이런 부분이 알려져 인천 사람들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평통사는 평화협정 강좌도 마련했다. 이 강좌는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부평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다. 온오프라인 모두 참여 가능하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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