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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세계관인가 국익인가

 

"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지난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모두 발언이다. 이에 대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지 않도록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중국이 ‘공존’을 말하니, 미국은 ‘경쟁’으로 응수하였다.

 

바이든의 대중국 전략의 핵심 개념은 ‘전략적 경쟁’이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신냉전’의 우려를 불식하고 대신 치열하게 ‘경쟁’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경쟁이 양국 관계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대결과 갈등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공존과 상생 협력’을 주장한다. ‘경쟁’에 대한 이들의 해석은 왜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가?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네이선 르바인에 의하면,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에서 경쟁은 스포츠 경기에서의 경쟁과 유사하다. 서로 전력을 다하여 싸우지만, 상대를 정치의 장에서 제거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경쟁이 적어도 생사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정치적 경쟁이란 권력투쟁이고, 권력투쟁은 경쟁자 제거의 서막이다. 종국적으로 생사의 문제로 귀결된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숙청, 수용소, 정치적 살인 등으로 가득하다. 중국은 미국의 경쟁 레토릭이 현실적 실존적 투쟁을 은폐함으로써 중국 스스로 손을 묶게 만든다고 본다.”

 

경쟁 대 공존. 양국의 현저히 다른 정치 철학의 근저에는 각자의 전통적인 세계관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쟁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기초한다. 영구평화론은 국제적 차원에서의 평화는 ‘힘의 균형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짐을 강조한다. 중국의 공존론은 유교의 천하일가론(天下一家論)에 기초한다. 천하일가론은 모든 다양한 존재들이 위계질서 속에서 조화하고 상호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국제연합 탄생의 모태 이론으로서 국제정치의 윤리를 전쟁 규범에서 평화의 규범으로 전환하는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반대 및 오남용의 사례로 얼룩진 민주주의 평화론을 낳는 등 양면성이 있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19세기 치욕의 100년에 대한 기억으로 인하여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긴 하지만, 수천 년 유교 문화 전통을 이어온 역사를 통틀어 보면 현실주의가 우선한다. 중국은 미국의 경쟁 규칙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 부상의 토대인 자유무역질서를 흔드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관의 차이로 인한 미중 간 긴장은 지속되겠지만 충돌을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 국제관계를 결정하는 우선적 요소는 세계관보다 국익이기 때문이다. 충돌을 예상하는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 또한 상호 의존의 그물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핵보유국인 양국 관계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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