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300만 명이 살지만 고등법원이 없어 항소심을 위해서는 왕복 3~4시간을 들여야 하는 인천. 연간 해양분쟁 관련 비용으로만 2000억~5000억 원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공항과 항만을 가진 해사법원의 최적지로 꼽히는 인천.
인천에 필요한 고등법원과 해사전문법원 설치가 얼마남지 않은 21대 국회에 달렸다.
두 법원을 설치하기 위해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등법원과 해사법원의 인천 설치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인천시민들의 숙원이 된 고등법원과 해사법원은 무사히 인천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시민들에게 절실한 인천고등법원 설치
우리나라 6대 광역시 중 인천과 울산만 고등법원이 없다. 인천지방법원 관할구역인 인천·부천·김포 시민들은 형사·행정 합의부 사건의 항소심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울고등법원을 향한다.
왕복 3~4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섬이 많은 인천지역 특성상 섬 주민들은 원정재판으로 하루 이상의 시간을 잡아 먹는다.
또 현재 전국 원외재판부 7곳 중 형사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인천이 유일해 인천시민들은 형사공판 항소심을 위해서도 서울고등법원으로 가야한다.
이는 인천시민의 사법적 기본권을 저해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이에 ▲지역주민의 법원 접근성 ▲서울고등법원의 과포화(전체 고등법원 사건 수의 60% 차지) ▲인천고등법원 설치 추정 시 항소심 건수(대구고등법원보다 많은 건수) ▲인구수 전망 (신도시 개발 및 교통망 발달에 따른 인구유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서구갑)·신동근(서구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룰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설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인천고법 설치 법안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다음 소위로 넘어갔다.
해를 넘긴 지난 10일 열린 제3차 법안소위에도 안건으로 올랐지만 시간을 이유로 또다시 논의가 미뤄졌다.
이에 2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법사위 소위가 열릴 것으로 전망,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총선을 앞둔 시국에 계속되는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을 뿐 아니라 법사위 여야 간사들의 합의로 열리는 소위 특성상 소위가 열리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다음달 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를 기약하고 있다.
안건이 산적한 법사위라 오는 30~31일쯤 소위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에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아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서는 소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양분쟁 해결할 최적지는 인천
해사전문법원 유치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국회 본회의가 25일 열리지만 해사법원 관련 법안은 법사위 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해사법원을 두고 인천을 비롯한 부산, 서울, 세종 등이 유치에 나서고 있다. 4파전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요한 키를 손에 쥔 법사위원장은 부산을 지역구로 둔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세계 주요 해사전문법원을 보면 국제공항과 항만이 동시에 입지하면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에 주로 위치한다.
해사사건 수요 당사자가 편리한 곳에서 법원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외수요자의 접근성과 현장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인천이 유치 최적지인 셈이다.
인천시민들의 염원도 서명운동을 통해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28일 인천시와 해사전문법원 인천유치 범시민운동본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공동간사를 방문해, 해사전문법원 인천 설치를 건의했다.
당시 인천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범시민 100만 서명부’를 전달했다. 111만여 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발의한 건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이다. 이어 배준영·박찬대 의원도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수년째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고, 결국 폐기절차를 밟았다.
쓰라린 경험이 있는 만큼 인천시는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는 다음 달 한 번 더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해사전문법원이 인천에 유치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