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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중국 속 위구르족의 화려한 슬픔’

 

이맘때면 중국 서북쪽 사막에서 재미난 경기가 벌어진다. 12팀의 말 탄 남자들이 사막의 하얀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격렬히 싸운다. 마지막 승리의 손이 쟁취한 것을 농구골대처럼 생긴 골망에 던지면 경기 끝. 쟁취물의 정체를 알게 되면 웃음이 슬몃 올라온다. 양가죽 한 장. 위구르족이 사막에서 늑대 쫓던 일에서 만들어진 경기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니, 하는 금속성 뉴스가 천지인 요즘, 멀지 않은 곳에 ‘사막에서 말 달리며 양가죽 뺏기 경기’를 하는 땅이 아직 남아있다니, 거짓말 같다.

 

위구르족만의 전래 음악 ‘무카무’도 사막 냄새, 사람 냄새 가득하다.

 

이 땅이 중국이 아니었던, 먼 옛날 16세기 초, 야르칸트 왕국의 왕 ‘압둘 루시타’는 백성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잠행에 나섰다가,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 아마니사한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왕궁에 데려와 왕비를 삼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게 해준다. 음악을 좋아했던 아마니사한은 거리를 떠돌던 서민들의 노래와 춤, ‘무카무’를 왕궁에 들여 ‘12 무카무’로 집대성한다. (세종대왕이 종묘제례악을 정비한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고되고 외로운 사막살이의 한이 절절이 밴 목소리와 ‘그래도 살아 보겠다’는 의지로, 세상의 모든 꽃이 한꺼번에 핀 것 같이 화려한 춤으로 장식한 무대의 무카무. 내게 위구르족은 무카무다.

 

댜오양과 무카무의 땅은 현재 중국에 속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되었다. ‘민족과 언어, 종교와 문화가 다른 우리를 독립시켜 달라!’며 약 200년간 투쟁해온 위구르족은 중국 입장에서는 티베트보다 더 골치 아픈 족속이다. 비폭력 독립운동을 해온 티벳과 달리 위구르족과의 분쟁은 피비린내 가득했다. 이 불행한 동거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기원전부터 유목민들이 살았던 이 땅을, 6세기 중엽엔 동돌궐이, (8세기 중엽 위구르 제국이 잠깐 세워지긴 했으나) 9세기 중엽에는 키르키족이, 10세기 이후는 몽골족이, 17세기 이후에 준가르 칸국이 차례로 점령한다. (중국) 청나라가 쳐들어온 때는 1755년. 청나라는 이 점령지를 새로운 영토라는 뜻으로 ‘신장’이라 명한다. ‘신장 위구르’라는 이름은 그렇게 생겨났다.

 

위구르족은 독립투쟁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청나라 멸망 후인 1911년, 소련의 지원을 받아 공산국가인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세우기도 했으나, 2차 대전 후 다시 중국의 손아귀로 넘어간다. 이들의 독립투쟁을 거세하기 위해 중국은, 위구르족 대다수인 이슬람교도를 박해하고 그들의 전통,문화를 말살해왔다 위구르족의 독립투쟁을 테러로 규정해 수만 명을 학살하고 100만 명을 구금하는 등, 21세기, 대명천지에 있을 수 없는 민족말살책을 저질러왔다.

 

최근 외신은, 중국이 핵 확장 실험을 시도한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신장 위구르 자치구. 60년 전인 1964년, 이곳에서 핵실험을 강행해 위구르족의 심장을 폭파시킨 바 있었다.

 

유목민의 전설과 신비를 담아 내려온 댜오양과 무카무. 이 불모의 땅에서 숨 쉬며 명맥을 이을 수 있을 것인가. 어느 글에선가, 애달픈 가락과 현란한 춤이 어우러진 무카무의 무대를 보고 ‘화려한 슬픔’이라했던 것이 갑자기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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