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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왜 늘봄을 반대하는 걸까?

 

3월부터 도입된다는 늘봄학교를 두고 논란이 많다. 매일 같이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중이고,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도 늘봄 학교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사실 논란이 많은 건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뿐이다. 학부모들의 여론은 매우 좋다. 다음달부터 일해야 하는 학교 근무자들 빼놓고는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늘봄학교의 컨셉 자체는 학부모들이 아주 좋아할 만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돌봐준다는 발상 자체가 획기적이지 않은가. 출퇴근 시간에 지장 받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아이가 저녁까지 학교에 있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넣어준다고 하는데 심지어 공짜다. 여론조사에서 학부모 찬성률이 80%가 넘는 이유가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제도가 늘봄 학교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거나, 방과후 학교를 보낸 뒤 사교육 뺑뺑이를 돌려야 했다. 육아휴직이 가능한 회사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해소해서 저출산을 돌파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에 반대하는 걸까.

 

여러 가지 반대 입장들 중 가장 동의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아동의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아 보여서다. 학교라는 공간을 아무리 잘 꾸며놔도 학교는 학교다. 이런 삭막한 공간에서 24시간 중 13시간을 어린아이가 지내는 건 무리가 온다. 어떤 식으로든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길 법하다.

 

학원 뺑뺑이는 사정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환기’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 회사 일도 한자리에서 계속하는 것보다 회사 밖에서 하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집, 회사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어떤 타격을 입는지 너무 흔하게 보이는데 아이들은 뭐가 다를까. 반에 있다가, 방과후 학교에 갔다가, 늘봄 교실에 가는 식으로 학교 안에서 옮겨 다니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걸 우린 이미 중, 고등학교 때 경험해봤다.

 

또, 교사들이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만히 있는데 업무가 갑자기 확 늘어난다고 하면 어떤 직장인들이 반기겠는가. 이미 몇몇 시, 도에서는 늘봄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을 경우 교사가 업무를 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요즘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현직에 있는 사람만 안다.

 

늘봄 교사를 따로 뽑는다고 해도 결국 문제가 생기면 담임교사에게 불똥이 튀는 것도 문제다. 방과후 학교와 돌봄 교실이 운영되며 이미 겪고 있는 상황인데 늘봄만 크게 다르리라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실이 부족해서 정규 교과를 마친 이후에 늘봄을 위해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 정도로 유휴 교실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교사가 교실 이외에 업무를 볼 장소도 없는 경우가 많다.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3월부터 늘봄학교는 시행된다. 누군가 이 제도로 직장을 쉬지 않고 계속 다니게 되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스럽다. 부모가 회사에 있는 시간을 줄여줘야 아이를 낳지, ‘낳기만 해라 국가가 키워준다.’는 방식으로 출산율이 반등할지는 미지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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