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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아의 MZ세대 찍어 먹기]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칙칙한 검회색 교복을 착용해야 하고 두발 길이까지 규제되는 중고등학생 시절, 사춘기 청소년들이 개성을 표출할 단서는 역설적으로 빡빡한 교칙에 있었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통 크게 허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라는 조항은 신발만큼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되었다. 그래서인지 핫핑크 같은 색 또는 날개가 달린 디자인(실제로 존재하고 꽤 유행했다)처럼 눈에 띌 정도로 요란하지 않으면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무엇을 신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른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래서 많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든 운동화 규정의 맹점을 찾으셨는지? 바로 브랜드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네마다, 시기마다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는 달랐던 것 같다. 나 때는 나이키가 최고였다. 앞코가 동글동글해 미디스커트 형태의 교복 치마에 잘 어울린 코르테즈, 둔탁한 외관과 잘 빠진 색으로 발목을 덮는 길이의 교복 바지에 경쾌함을 살려준 에어포스 원. 그리고 통통 튀는 색 조합과 공기가 든 뒷굽 덕에 키 높이 효과까지 더해주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갖고 싶어 한 에어맥스. 나이키 운동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간 비싼 물건이 아니라 조르고 졸라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또래 압박에 시달리는 십 대에게 엄마의 눈치와 잔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디다스도 누군가의 학창 시절에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와의 꾸준한 협업, 광고 모델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월드컵 우승 등 호재에 힘입어 작년부터 삼바, 가젤 등의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스트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과 특유의 줄무늬 디자인, 친환경 소재의 적극적인 활용과 다양한 광고 캠페인도 아디다스가 전 세계 스포츠 의류 및 운동화 시장에서 나이키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뉴발란스, 아식스, 퓨마, 언더아머 등 여러 브랜드가 각자의 특징과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식스의 젤 카야노와 뉴발란스의 530의 유행은 이제 사람들이 명성이나 디자인 외에도 소재와 품질, 기능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운동화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포츠 브랜드 시장은 20세기 초에 형성되어 이제 겨우 100년 남짓 되었다. 컨버스는 이 시장에서 최초지만 최고로 여겨지진 않는다. 카파, 엄브로, 스타터 등 한때 유명했지만, 이제는 잊힌 브랜드도 많다. 비효율적인 운영, 부족한 의사소통, 부적절한 마케팅 등 경영 난관으로 인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처럼 십 년 뒤에는 어떤 브랜드가 선도할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가 누릴 복지가 커진다. 더 나은 가치, 향상된 품질과 개선된 서비스를 받게 되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살기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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