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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학생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연극 ‘알앤제이(R&J)’

1930년대 영국, 엄격한 규율 속 ‘로미오와 줄리엣’ 연기하며 현실의 금기 깨는 학생들 이야기
2018 SACA 최고 연극상, 연극 부문 남우 주연상, 남우조연상, 남우신인상 석권
중앙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 특징, 대사 85%가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차용
4월 28일까지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이해랑예술극장

 

“우리가 친구라면 손을 잡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연극 ‘알앤제이(R&J)’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극작가 조 칼라코가 각색했으며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엄격한 규율 아래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학생들이 빨간 천에 싸인 책을 발견하고 역할 놀이를 하며 금기를 깨는 얘기다.

 

강렬한 종소리가 울리면 학교는 절도 있는 동작과 목청껏 책을 읽는 4명의 학생들이 등장한다. 각자 의자에 앉아 교과서를 읽으며 학습 내용을 암기하고 밤이 되면 동시에 취침한다. 어느 날 밤, 그들은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하고 몰래 랜턴을 켜 역할놀이에 빠져든다.

 

젊은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원수 집안의 운명적인 결투, 그들을 돕는 신부와 유모의 깊은 대화, 죽음으로서 끝나는 비극적 결말까지 작품 속 인간의 사랑, 욕망,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은 그들을 매료시킨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치면 다시 의자에 앉아 교과서를 읽어야 하지만 그들의 연극은 점점 깊어진다.

 

 

1막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을 억압하는 교복을 하나씩 벗는 장면은 이 극의 하이라이트다. 넥타이를 풀고 조끼와 자켓을 벗어던지며 연극에 더욱 몰입하게 된 학생들은 감정을 상징하는 붉은 천을 잡아당기고 던지고 포개며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2막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죽이고 추방당해 숨어 살게 되고 둘은 힘겹게 만나 영원한 사랑을 확인한다. 짧은 만남 속에 빨간 천 안에서 촛불을 들고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독약을 마시고 죽은 로미엣과 그 모습을 보고 자결하는 줄리엣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을 열정적으로 연기하던 학생들은 여느 때와 같이 종소리가 울리자 교복을 다시 입고 규율에 따라 교과서를 읽는다. 달라진 점은 연기를 하는 학생들이 점차 현실의 금기와 편견에 저항하며 작품 속 인물들처럼 주체적으로 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려는 학생도 가슴 속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

 

4명의 등장인물 모두 남자 배우로 이뤄진 연극에서 연기는 역동적이며 힘차다. 무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싸인 관객석에서 뛰기도 하고 연기를 지켜보기도 한다. 단순화된 소품들과 조명,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의 파격적인 무대가 섬세한 연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관객들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대사는 85%가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대사로,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시적인 언어와 아름다운 음율이 연극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제3의 등장인물로 불리는 붉은 천은 그 질감과 두께, 길이 등을 세심히 조정해 배우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시키는 건 풍성한 음악이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감미로운 연극 속 음악들은 OST로도 발매돼 매진이 되기도 했다. 현실과 ‘로미오와 줄리엣’ 세계를 오가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은 15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극을 연출한 조 칼라코는 그의 작가노트에 “이 공연은 하나의 공동체가 벌인 일처럼 느껴져야 한다”며 “이 학생들의 모임이 하나의 공동체로, 하나의 부족처럼 느껴질수록 마지막에 그들이 자신들이 ‘꿈’이 끝나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가슴이 더더욱 미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연극 ‘알앤제이(R&J)’는 2018년 초연됐으며, 그해 SACA(Stagetalk Audience Choice Awards)에서 최고 연극상, 연극 부문 남우 주연상, 남우조연상, 남우신인상을 석권했다. 2021년에는 현지 제작사 및 창작진과 협력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세기의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 그것을 연기하는 남학생들의 뜨거움을 볼 수 있는 연극 ‘알앤제이(R&J)’는 4월 28일까지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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