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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어떤 밥그릇 싸움들

  • 최영
  • 등록 2024.03.14 06:00:00
  • 13면

 

전공의 파업에 이어 의대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겠단다. 파국조짐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간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아나운서가 의료대란 소식을 전하며 흥분할수록 위기감이 들기는 커녕 한마디로 “놀고들 있네~”싶은 생각이 솟구친다. 왜 그럴까? 사태의 본질은 명분을 건 투쟁이 아니라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세상의 모든 싸움은 결국 밥그릇싸움이다. 그러나 그 싸움들은 사뭇 다르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씨는 2023년 노동절에 온몸에 불을 붙였다. 10월에는 임금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227일 동안 1인시위를 이어오던 택시노동자 방영환씨가 다시 불덩이가 되었다. 그들은 삶의 벼랑 끝에서 버티고 버티다 노동자들의 빈 밥그릇을 지키려 불타올랐다.

 

의료분쟁은 밥그릇싸움 중에서 가장 추악한 기득권 분쟁이다. 본시 지켜야 할 것들이 가득한 기득권분쟁은 쪽박은 절대 깨트리지 않는 법, 의사들은 가득찬 밥그릇을 지키려하고 정권은 총선 밥그릇에 표를 채우고자 한다. 원래 기득권을 함께 누리던 동맹군들이다. 쪽박을 깨면서까지 싸울 이유가 없다. 하여 뉴스의 톤이 가팔라질수록 내게는 ‘이제 국면전환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강해질 뿐이다. 의사들은 의대증원을 일정 수용하며 각종 보상이익을 지키고,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명분을 쥐면 윈윈인 판이다. 언제 어떤 모양새로 봉합할 것인지, 한동훈씨가 언제 해결사로 등판할 것인지 등만 지켜볼 뿐이다. 오히려 이 해외토픽감의 기괴한 밥그릇싸움에 떠밀려 정작 비어가는 국민들과 대한민국 밥그릇에는 쳐다보는 뉴스가 없는 지경이니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작년 한해 부자감세로 65조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가며 천조가 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부산경남에서만 50조가 넘는 보따리를 던지더니 울산에서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도 풀겠단다. 예정된 고속도로마저 장모님 땅으로 꺾어버린 대통령이다. 당연히 “장모님이 지방 그린벨트 땅을 엄청나게 구입하신 모양이다”는 세간의 입방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12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자연 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30%로 늘리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던 것은 기억에도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곤 있을까?’하는 의문이 2년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누군가의 밥그릇은 넘칠 터이고 또 누군가는 살던 자리에서 쫓겨나 쪽박마저 빼앗길 것이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이처럼 전국을 순회하며 선심성공약을 남발하는 사례가 전무후무한 행위임을 알고나 있을까? 도데체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그의 밥그릇이 걱정될 지경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를 넘어 벼랑 끝에 매달린 클리프행어가 되었다는 안팎의 비관어린 전망이 가득하다. 경제는 대형건설사 연쇄부도가 걱정될만치 폭망에 가까운 내리막길이다. 서민들은 생활고에 허리띠 빈 구멍이 남아나지 않는데 정부와 기득권은 총선을 전후한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니 “남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얘기가 길거리에 울려퍼진다. 국민들이 밥그릇을 지키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공평하게 나눠주는 식권은 오로지 투표용지 뿐이다. 더 이상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결정을 내리고,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기득권자들이 조국의 운명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된다. 의사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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