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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째 시즌, 뮤지컬 ‘헤드윅’...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

트랜스젠더 헤드윅이 성장하고 록음악 통해 인생의 의미 찾는 이야기
앵그리인치 밴드의 음악으로 록음악의 강렬하고 신나는 공연
6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스테디셀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1988년 동독 비좁은 아파트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년 한셀이 성장을 거쳐 록 음악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다. 2005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후 매 시즌 폭발적인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헤드윅’은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의 손에서 탄생했다.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미첼은 어린 시절 미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헤드윅’을 창작했다. 트래스크 역시 미국 코네티컷의 드래그 클럽 ‘스퀴즈 박스’ 음악감독이었던 경험을 살려 뮤지컬 속 밴드 앵그리인치 밴드로 무대에 오른다.

 

록뮤지컬인 만큼 헤드윅과 밴드가 함께 등장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로 구성된 앵그리인치 밴드는 헤드윅의 이야기에 따라 부드러운 선율을 넣기도 하고 강렬한 록 음악으로 무대를 휘어잡기도 한다. 헤드윅과 이츠학의 진정성 있는 솔로, 에너지 넘치는 연주에서 밴드는 콘서트장을 방불케한다.

 

 

소년 한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의 록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암울한 환경에서 록음악은 그에게 해방구가 됐다. 미군 루터가 청혼을 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셀은 성전환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은 실패, 한셀의 성기엔 정체불명의 일 인치 살덩이만 남게 된다.

 

엄마의 이름인 헤드윅으로 개명한 한셀은 미국에서 루터에게 버림받고 캔사스 정션 시티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소일거리로 연명한다. 좋아하던 음악을 통해 새출발을 꿈꾸고 디행그리인치 밴드를 조직해 변두리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던 중 17세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록앤롤’을 가르친다.

 

하지만 토미 역시 정체불명의 일 인치 살덩이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를 떠나고, 헤드윅은 토미가 공연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옆에 위치한 밀레니엄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새 남편 이츠학은 그의 곁에서 덤덤히 얘기를 들어주며 헤드윅을 위로한다.

 

 

‘진정한 반쪽’을 찾는 헤드윅의 여정은 처연하지만 감동적이다. 성전환 수술 실패 후 자괴감에 빠졌지만 음악을 통해 용기를 얻고 사랑의 배신으로 좌절을 맛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여성이길 원했던 헤드윅이 가발과 화려한 화장, 여성 옷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에선 자신을 이긴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자동차가 쌓여 있는 무대에서 시작을 알리는 록밴드의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하는 헤드윅은 좌중을 압도한다. 엄청난 환호와 함께 드랙퀸 복장을 한 헤드윅은 관객에게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카메라를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트레일러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뮤지컬 ‘헤드윅’의 상징이자 사랑을 노래하는 ‘The Origin of Love’, 헤드윅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Sugar Daddy’, 실패한 성전환 수술의 심정을 전하는 ‘Angry Inch’ 등의 넘버가 환호를 이끌어내며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추가된 예술적 영상이 미적 완성도를 끌어 올린다.

 

 

헤드윅의 신나는 공연과 역설적인 그의 사연은 ‘그럼에도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열광하게 만든다. 관객과 호흡하는 파워풀한 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독특한 스토리와 연출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헤드윅의 폭발적인 무대, 앵그리인치의 강렬한 음악, 이츠학과의 연기는 관객을 뛰게 한다.

 

140분이 지나면 록음악이 가진 자유와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느끼며 어느새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헤드윅을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대는 6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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