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새로운 집행부 선거에 돌입한 가운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격돌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강경 일색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향후 금융권의 노사관계와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차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임원선거를 실시한다. 박홍배 전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윤석구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차기 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다. 김 후보가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 대 시중은행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과 김재범 금융노조 사무총장이며, 윤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신동신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과 김명수 금융노조 부위원장이다.
김 후보의 경우 본점 대구 이전이 거론되는 기업은행 소속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현안을 앞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소속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지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박 전 위원장과 함께 기존 집행부에서 강경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 측은 국민·우리·하나은행 등 모두 시중은행 출신으로 조합원 수가 월등히 많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 측은 주 4.5일 근무를 먼저 도입한 후 금요일 휴일화를 통해 주 4일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전 영업시간도 30분 단축해 9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 측은 곧바로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영업시간을 9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 부산 이전 저지도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김 후보 측은 노조의 합의 없는 이전 금지를 명문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 측은 산은 이전 반대와 더불어 지부별 낙하산 저지 투쟁 등 '대정부 산별투쟁 강화'를 약속했다.
차기 금융노조 집행부 후보가 일제히 강경한 공약을 내세우면서 향후 노사관계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주요 금융정책들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박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노조의 발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금뱃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하면서 금융노조의 목소리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노조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