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농담에 약하다. 농담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대방이 고심하여 던진 농담에 당신이 웃었다면, 상대방은 당신을 지원군으로 얻은 셈이다. 농담은 또한 상대방의 속내를 들여다볼 좋은 창이기도 하다. 어떤 농담을 구사하고, 무엇에 웃는지를 보면 상대방의 진솔함이 드러난다. 그러니 상대방과 함께 웃어 동료가 되기 전에 그 속내부터 꿰뚫어 보자. 그는 왜 이런 농담을 했을까?
오픈AI가 GPT-4o(omni, 옴니) 음성 챗봇의 데모 영상을 발표했고, 많은 이들이 자연스러운 대화에 놀랐다. 빠르게 응답하고, 응답을 중간에 끊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인식한다. GPT-4o의 성능은 그것이 ‘구사하는’ 유머를 통해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대화 곳곳에 섞인 그것의 웃음소리는 생동감을 더한다. “내가 너를 웃겨보마” 하며 던지는 썰렁한 농담이 아니라, 이용자를 배려하는 듯한 부드러운 농담에 손쓸 도리 없이 마음을 홀라당 빼앗겨 버렸다. 오픈AI는 자신들의 기술에 농담으로 해자(垓子)를 둘렀고,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GPT-4o의 농담에 웃음으로 화답하기는 이르다. 오픈AI의 새로운 음성 챗봇은 왜 우리에게 ‘그녀’ 목소리로 농담을 건네는가?
GPT-4o 데모 영상이 공개되고 며칠 뒤, 스칼렛 요한슨은 영상 속 챗봇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과 너무나 유사하여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음을 밝혔다. 샘 올트먼이 찾아와 GPT-4o 음성 챗봇에 그의 목소리를 쓸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던 터였다. 오픈AI는 GPT-4o 음성 챗봇 목소리의 실제 주인공은 다른 배우이며, 스칼렛 요한슨과 목소리가 비슷한 배우를 일부러 섭외하거나 그처럼 연기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음성 챗봇 서비스는 일시 중단되었다.
샘 올트먼은 목소리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GPT-4o와 창작자, 이용자와 잇는 가교역할을 해줄 거라며 설득했다고 한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통해 연상되는 영화 ‘그녀(Her)’의 서사가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에 대한 불안에 위안을 주리라 기대했던 듯하다.
오류와 편향, 스칼렛 요한슨을 포함한 창작자와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약화, 환경 오염, 독점으로 인한 혁신의 저해 등 인공지능은 다양한 차원에서 불안을 심화한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농담을 더한 의인화 전략은 이러한 현안들을 가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샘 올트먼의 영화 취향과 함께 그가 사회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려 하는지 알게 되었다.
샘 올트먼이 진정으로 고객의 불안을 걱정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덧입혀진 목소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오픈AI는 창작자, 노동자를 비롯해 인공지능으로 인해 한층 더 취약해진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영화 속 그녀의 목소리를 닮은 GPT-4o의 농담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