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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코너] 출산은 누굴 위한 일인가?

 

몇 년 전에 우연히 철학자 데이비드 베나타의 반출생주의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철학 수업을 꾸준히 들어왔지만, 베나타만큼 비관적인 철학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반출생주의자인 그는 삶이란 너무 나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인간은 번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베나타의 관점에 따르면 삶 자체가 악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 손에 손잡고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이 진보적인 일이라고 믿는다.

 

반출생주의 사상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은 물론 느꼈지만, 동시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출산과 가족 형성, 양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산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를 위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생명체를 위해 출산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욕구 실현? 자연의 질서? 이러한 흐지부지한 설명도 와닿지 않는다. 대개의 인간은 번식 욕구가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번식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출산은 오로지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임신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가족을 꾸리고 싶어서. 일종의 자기만족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들어 느끼는 바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한 로망도 대중적으로 잘못 심어진 것 같다.

 

출산과 양육은 여성에게 (특히 동양인 여성에게)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결혼하여 임신하기 전에는 임신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임신과 관련된 수많은 건강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에 대한 교육 수준이 위험할 정도로 낮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베나타의 반출생주의 사상에 더 포용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임신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은 차마 못 하겠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반출생주의가 논하는 몇 가지 관점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의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인생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쾌락과 즐거움을 능가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이를 낳고 싶다면 어떤 동기로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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