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매매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3년 8월~2024년 7월) 수도권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179만 7000원에서 1260만 7000원으로 6.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1.83%(3.3㎡당 2224만 1000원에서 2264만 7000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전세가격 상승폭이 훨씬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를 지목한다. 올해 2월 시행된 스트레스 DSR 1단계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자 자금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려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달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 역시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심리가 확산되는 추세다. 치솟는 전세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인식이 퍼지며 매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 계양구의 경우 올해 1~7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총 1871건으로, 전년 동기 거래량(1223건) 대비 52.98% 급증했다. 계양구의 전세가율은 71.59%로,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55.67%)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경기 광주, 인천 미추홀구, 인천 동구, 경기 이천 등에서도 매매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세시장에 유입된 수요자들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세 살 바엔 집을 사자’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매매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매가 부담이 적고 환금성이 우수해, 시장 회복기에는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각각 21.4%, 20.03% 급등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들이 시장을 주도한 바 있다. 2020년 당시 전세가율이 64.61%에 달했던 용인시는 이 기간 동안 35.57% 급등했으며, 2021년에도 인천 미추홀구가 33.45% 오르며 시장을 선도했다. 당시 미추홀구의 전세가율은 67.28%로,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49.58%)보다 17%포인트 이상 높았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