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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 추석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면 귀향길 차들이 도로를 채운다. 차 막힘으로 몇 시간을 시달리면서도 꼭 고향으로 간다. 고향 가서 부모님과 가족 형제들이 만난다. 보름달 같은 한가위 되세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디지털 기술을 빌어 아름다운 엽서도 오간다.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인사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아직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귀향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 추석은 달을 숭배한 조상이 만들어낸 민속 명절이다. 그래서 추석에는 귀향하는 관습이 있다.

 

추석에는 조상 묘를 찾는다. 혹은 먼저 떠난 사람 무덤을 찾는다. 무덤을 덮고 있는 풀을 깍고 주변을 정리한다. 무덤을 찾으려 추석이 있는지, 가을을 즐기려 추석이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추석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예의를 차린다. 제일 좋은 것으로 정성들여 제상을 차린다. 살인적인 추석 물가도 제상에 올릴 음식은 예외이다. 혹은 성경 구절을 읽는다. 전통과 근대가 어울려 충돌하지 않고 적당한 논리로 추석을 즐긴다. 엎드려 절을 하면 전통이고 머리만 숙이면 근대가 만들어낸 문화이다.

 

추석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날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죽고 사는 것이 하늘의 뜻에 있음을 알면 죽음이 그다지 슬픈 것만은 아니다. 눈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것은 가을 하늘이 높기 때문이고, 가을 하늘이 높은 것은 그리움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로 오른다 믿으면 간절한 그리움도 적당히 희석되어 진다. 희석되지 않은 그리움은 시가 된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아직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추석은 가을 하늘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날이다.

 

그렇게 보면 고향, 성묘, 그리움이 추석이다. 추석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 귀향길에 들어선 꽉 막힌 도로가 부럽다. 그렇게라도 돌아갈 고향이 있으면 좋겠다. 더디가면 어떠하리, 고향으로 갈 수 있다면 그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꽉 막힌 도로라도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만약 길이 열리면 가장 빠른 차를 타고 고향으로 질주하여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 생사도 모르면서 추석에 제상을 차리는 사람도 있다. 귀향길이 없으니 찾아갈 무덤도 없다. 무덤이 없으니 그리운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시퍼렇게 살아난다.

 

추석을 맞아 행복여정문학에서 진행하는 제4회 시화전이 9월 13일까지 용인시청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시화전에는 고향, 추석, 그리움을 담았다. 고향은 죽어서도 가고 싶은 눈물이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먼 길이다. 시인은 매일 밤 꿈속에서 고향으로 간다. 고향의 뜰 코스모스와 학창시절 천진한 얼굴들이 보고 싶다. 잘 있는거지? 안부도 전하고 싶다. 옥수수 한줌과, 소다빵을 먹었던 시절도 있다. 부모님 산소에 이름 모를 풀과 들꽃이 이슬 되어 내리면 이 내 눈물로 알아 달라 호소한다. 추석 달이 열 몇 번을 떳다 졌어도 가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조금 힘든 여행을 떠났을 뿐 영원한 이별은 없다는 희망도 보인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 추석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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