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는 어떤 별자리인가요?"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흘', '금일', '심심한 사과' 등 기본 어휘를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하는 사례가 늘면서, 청소년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특정 세대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교육 체계 전반의 문제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깊어지는 학생 문해력 논란, 교사 90% "학생들 문해력 더 떨어져"
"수업 중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했더니, 학생이 왜 욕을 하냐고 묻더라"
"교과서에 나오는 '고가 다리'를 비싼 다리로 이해하는 학생도 있었다"
전국 초·중·고 교원들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발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849명 중 91.8%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또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 비율이 '21%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8.2%였고,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도 30.4%에 달했다.
◇ 디지털 매체 과사용이 문해력 저하 원인?
교사들이 꼽은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이었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및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학생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짧고 간결한 정보에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긴 글을 읽거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는 교과 학습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어휘나 표현을 잘못 이해하는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 한자 교육 부재도 문제… 한국어 어휘의 70%가 한자어
디지털 매체와 더불어 한자 교육의 부재 역시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어 어휘의 약 70%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교육과정에서 한문 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으로 전락하면서 학생들이 한자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녹음(綠陰)'을 음악을 기록하는 '녹음'으로 오해하거나 '우천 시(雨天時)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공지를 '우천시(市)'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로, 한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과거에는 한자가 정규 교과목으로 필수였지만 이제는 선택 과목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상에서 말할 줄은 알지만 글로 표현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 일기 쓰기 등 표현 기회 부족도 원인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표현할 기회가 줄어든 점도 지적된다. 과거에는 일기 쓰기, 백일장 등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많았지만, 현재는 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
구자송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문해력 부족 문제는 약 10년간 이어져 온 문제"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을 위해 경쟁 중심의 교육만이 아니라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해력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 필요
교육부와 관련 기관들은 청소년 문해력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독서교육통합플랫폼 '독서로'를 개통했다.
이 플랫폼은 학생들의 독서활동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맞춤형 도서 추천 및 독서 교육 활동을 지원한다.
또 한글 학습 지원 프로그램 '한글 또박또박'을 통해 개별 학생의 한글 익힘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 학습지와 성장 결과지를 제공하고 있다. '소리 내어 글 읽기', '모르는 어휘 알아보기', '질문하는 힘 기르기' 등의 교육 방식도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과 교육 기관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해력 진단 및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문해력을 진단한 후 개인 수준에 맞는 학습을 제공하여 많은 학생들이 쉽게 문해력 증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개인 문해력 증진 위한 필사와 손글씨 인기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개인의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필사와 손글씨가 인기를 끌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필사', '손글씨'를 주제로 한 게시물이 약 60만 건에 달한다. 필사는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가진 글도 천천히 따라 쓰며 맥락과 어휘를 익힐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문해력과 어휘력을 강조하는 도서 출간도 급증했다. 예스24에 따르면, '문해력'과 '어휘력'을 키워드로 하는 책의 출간은 최근 4년 사이 4배가량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관련 도서의 출간과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20년 관련 도서의 출간 종수는 36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49종으로 늘었고 올해의 경우 1~7월 사이에만 146종이 출간됐다.
판매량도 증가했는데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 폭을 보면 2022년 11.6%, 2022년 26.7%를 기록했고, 올해 1~7월에는 80.6% 늘어났다.
또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습과학연구소, 비주얼캠프는 미래 세대 성장을 방해하는 문해력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기술을 통한 혁신적 문해력 진단 및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문해력을 진단 후 분석해 개인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들 기관은 많은 학생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문해력 증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고도화를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도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독서와 글쓰기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 차원의 분석과 함께 독서 교육, 한자 교육 강화, 디지털 매체 사용 습관 개선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