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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집] "내 삶의 이유 찾기 위해"…학업중단 위기 학생 돕는 풍동고등학교

학생 만족도 높은 다양한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
47건 중 37건 학생 학업에 복귀…성과는 '긍정적'
2주 상담, 5주 프로그램…학업중단 숙려제 '탄탄'
자퇴 고민 학생도 "교실에 다시 돌아가니 설레요"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부터 입시 위주 교육을 벗어나고자 하는 학생까지 각각의 이유로 '대안교육'을 찾는 학생들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대안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업중단예방 집중지원학교와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대안교육기관을 운영 및 지원하고 있다. 경기신문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도교육청의 대안교육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양시 풍동고등학교는 2008년 개교한 인문계공립고등학교로, 학업중단예방 집중지원학교로서 '학업중단 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다. 

 

풍동고의 학업중단 숙려제는 크게 학업중단 예방 차원과 실행 차원으로 나뉜다. 예방의 경우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학교 내 Wee클래스 상담과 검사, 학업중단 숙려제 안내 및 홍보 등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실행의 경우 실제 학업 중단 징후가 관찰되거나 자퇴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의뢰할 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실행 프로그램은 1:1 맞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2주의 상담주간과 5주의 매일 프로그램 주간으로 운영된다.

 

 

◇ 학생 만족도 높은 다양한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

 

풍동고의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에서 높은 참여율과 만족도를 보였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바로 '풍동고 Wee클래스 문화 체험행사 달보드레' 프로그램이다.

 

달보드레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풍부한 정서적 표현을 하며 무기력과 부정적인 감정,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

 

학생들은 지역 내 문화 체험 자원을 활용해 백드롭페인팅, 조명화, 라탄공예, 바리스타, 도자기, 베어브릭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달보드레에는 담임 혹은 상담교사가 발굴한 학교 부적응 학생이 1순위로 참여하게 되며 활동을 직접 신청한 학생들도 참여 가능하다. 

 

이 밖에 Wee클래스 개인 상담, 심리검사 기반 자기이해 프로그램, '나 이해하기', 위(Wee) 카페, 등교길 행사, 학급 단위 관계 증진 프로그램 '모꼬지' 등 다양한 행사들이 학교 내 분위기와 해당 학년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운영된다. 

 

 

◇ 47건 중 37건 학생 학업에 복귀…성과는 '긍정적'

 

풍동고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47건의 학업중단 숙려제를 진행했다. 이중 37건의 학생들이 숙려제 종료 후 학업에 복귀했을 만큼 학업중단 숙려제는 긍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 역시 성과가 좋은 편이다. 위(Wee)카페의 경우 5층 후관에 있는 Wee클래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2022년 10월~12월까지 시범운영을 진행한 뒤 Wee클래스 위치 및 상담 신청 방법, 각종 행사 및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했다.

 

위(Wee)카페는 당시 학생 만족도 설문에서 100% 만족을 얻어, 2023년부터 매달 1회 시행하는 정기 운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달 평균 40~60명의 학생이 위(Wee)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 2주 상담, 5주 프로그램…학업중단 숙려제 '탄탄'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업중단 숙려제는 의뢰 전 발굴 과정, 의뢰 진행 과정, 2주 상담주간, 5주 매일 프로그램 주간으로 진행되며 위기 학생과 학부모는 1~7주 중 학생 본인에게 필요한 숙려제 기간을 상담교사와 협의해 설정할 수 있다. 

 

의뢰 전 발굴 과정에서는 담임교사의 관찰과 면담, 상담교사와의 상담에서 학업중단 징후를 탐색한다. 필요 시에는 학생 생활교육위원회에서 출결, 대인관계 갈등, 학교 적응의 어려움 등을 겪는 학생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기도 한다.

 

2주간의 상담주간 중 1회 상담에서는 학생의 주변 자원을 파악하고 부적응의 원인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숙려제 프로그램의 목표를 학생과 함께 설정한다.

 

2~4회 상담에서는 흥미 및 진로 탐색, 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학습 어려움 해소 등 설정된 목표에 맞춰 각종 심리검사와 해석 상담을 진행한다. 

 

 

이렇게 2주 상담주간에서 파악된 내용을 기반으로 5주 매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블록형 프로그램으로 1주 단위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흥미 및 진로 탐색의 경우 직업 및 직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격취득, 전망, 직업인 인터뷰 영상 시청 등을 하며 워크넷, 커리어넷, 유튜브 등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한다.

 

2~5일 차에는 실제 기관에 가서 활동하고 직군에 대해 인터뷰를 실시한다. 마지막 5~7일 차에는 경험한 체험과 인터뷰를 복기하고 감정 및 욕구 카드를 이용해 활동 시 느꼈던 요소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활동의 경우 아로마테라피, 원데이클래스를 이용한 취미 탐색 등 스트레스 완화에 맞춰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학습의 경우 MLST-2 학습전략 검사에서 제공하는 워크북을 활용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4회기 분량의 프로그램 진행 이후 필요시 심리적 안정, 활동 정리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 자퇴 고민 학생도 "교실에 다시 돌아가니 설레요"

 

1학년 김민지 학생(가명·17)은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한 방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심리적 어려움으로 인한 무기력으로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2주 상담주간과 5주 매일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달라질 수 있었다. 

 

먼저 2주 상담 기간 중 1회기에는 자기 이해, 안정과 지지 중심의 상담과 JTCI 기밀 및 성격검사를 실시하고 2회기에는 JTCI 기질 및 성격검사 해석, 3~4회기에는 자기 이해 중심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5주 매일 프로그램 중 3주차에는 직업이해에 대한 교육, Wee클래스 개인 상담, 직업 체험을 진행했다. 또 공예,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직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며 7주차에는 흥미와 적성,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Wee클래스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 주차 마지막 날에는 활동 정리를 통해 느낀 점, 만족도, 직업 매력도, 실제 직업을 가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교사와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숙려제 과정을 통해 김민지 학생은 '공부가 필요하다', '교실에 다시 돌아가니 설렌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으며 결국 자퇴가 아닌 학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3학년 김정현 학생(가명·19)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보호자가 원하는 직업이 달라 혼란을 느꼈지만 역시 2주 상담주간과 5주 매일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겪었다. 

 

김정현 학생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자신이 고민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관련 대학을 찾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상담교사는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로를 선택했는지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학생과 보호자가 진로 및 진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결국 김정현 학생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전공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 "학생들이 스스로 방향 찾고 나아갈 수 있도록"

 

7년차에 접어든 풍동고 양회승 전문상담교사는 대안교육을 '방향'이라고 표현한다.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방향을 찾는 힘을 회복시키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안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상담을 하며 '나는 이 학생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겨 둔다"며 "학생을 겉으로 보기에는 전부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상담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학생이 온전히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능동적인 존재이기에 각자가 나름의 고민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교실에서 보는 '방향을 잃고 힘을 잃어버린 무기력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지치고 상처받고 좌절해 더 이상 기대하고 꿈꾸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학업중단 예방센터'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학업 중단 위기 학생에게는 질 높은 교육과 체험, 의미 있는 인터뷰가 필요하지만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양 교사는 "학교 자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시스템으로는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강사들과 그 강사를 모으고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거점이 생겼을 때 대안교육의 효과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과서가 아닌 '나의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업중단숙려제는 학생이 학교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잠시 내려두고 나의 감정과 욕구, 흥미, 나아가 내가 무엇을 위해 학교에 있어야 하는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이 학생들이 Wee클래스를 거쳐 학업에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이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변화 속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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