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가 두 번째 기업공개(IPO)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최대 200억 원의 일회성 이익을 기대했던 우리은행도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시중은행 순익 1위'라는 올해 목표에서 한 발 멀어진 데다 케이뱅크의 상장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가 꺾이면서 향후 얻게 될 이익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10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일회성 이익 취득 시기도 미뤄졌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2.1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계획대로 케이뱅크가 이달 말 상장했을 경우 200억 원가량의 간주 처분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통해 4100만 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면서 우리은행의 지분율이 10.95%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 달성을 다짐한 만큼,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이번에 불발된 간주처분이익이 아까울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은행의 순이익 순위는 몇 백억 차이로도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1조 6790억 원의 순익을 거두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3위를 차지했다. 2위인 하나은행(1조 7509억 원)과의 차이는 1000억 원 미만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우호적인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며 “만일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했다면 우리은행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A 여력이 확대될 기회를 놓쳤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케이뱅크가 그룹의 중대한 투자한도에서 제외돼 추가 M&A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는 것.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중 1.98%는 상장일부터 매도가 가능하다. 나머지 8.97%는 상장 후 6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한다.
케이뱅크는 공모구조 등을 변경해 내년 초 다시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잇따른 상장 철회로 시장의 기대가 떨어진 데다 케이뱅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고, 케이뱅크의 상장 재추진이 제4인터넷은행 출범과 겹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게다가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우리은행이 얻게 될 일회성 이익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상장이 미뤄진 이유 중 하나가 높은 공모가였던 만큼, 재상장 시 공모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는 주당 9500원~1만 2000원이었으며, 수요 예측이 부진하자 공모가를 8500원으로 내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내년 초 상장을 재개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보다 높은 공모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