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가 급속도로 내리막을 타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당국은 국내 증시의 최근 낙폭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짚으면서도 시장 불안 차단을 위해 이번 주부터 2000억 원 규모의 '밸류업펀드' 자금을 집행하고, 향후 3000억 원 규모 펀드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및 시장전문가들과 함께 증시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물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정각 증권금융 사장, 이용재 국제금융센터원장이 참석했다. 또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최근 증시 변동성은 미국 대선 이후 달라질 미국 정책 동향에 따른 유·불리 전망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국내 경제구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미국 정책 변화 영향이 크게 예상되는 분야가 주력 산업인 까닭에 전반적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향후 대응방향과 관련, 외국인투자자의 수급 변동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중·장기적 관점에 따라 투자 관련 판단을 내리고 국내 증시에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는 "참석자들은 미국 정책 등의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국내 증시 최근 낙폭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며 "차분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참여자들이 서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2000억 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조성을 확정해 이번주부터 자금 집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3000억 원 규모의 2차 펀드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조치들이 국내 증시의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 역시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와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등 시장안정조치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수급 안정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나가겠다”면서 “유관기관도 밸류업 펀드를 속도감 있게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주식시장 불안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어 필요시 충분하고 즉각적 조치를 통해 시장 불안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며 “시장 불안을 틈탄 불공정 거래는 무관용으로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과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