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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상계엄’이라니, 이 무슨 괴이한 일인가

이후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 것인지, 앞날이 크게 걱정된다

  • 등록 2024.12.05 06:00:00
  • 13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25분에 시작된 긴급 담화에서 ‘뜬금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지난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과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이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는 말도 했다.

 

직후 국방부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서울 상공엔 헬기가 뜨고 특수부대원들이 국회로 진입했다. 국민들은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1세기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라니...계엄령은 저개발 후진국가에서나 벌어지는 ‘남의 일’ ‘군사독재 시절의 옛일’인 줄 알았던 국민들이 가짜뉴스라고 여길 만큼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이 과연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인가? 국민들은 분노했다. 시민들이 새벽의 추위와 강제연행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국회로 모여들었다.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과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의 행동도 신속했다. 재적의원 과반이 넘어야 계엄을 철회할 수 있는 법 규정에 따라 150명 이상을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 등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의원들까지 합세해 국회에 집결,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계엄령 해제요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계엄령 해제안이 처리되면서 국회 본관 진입한 계엄군도 철수했다. 그리고 윤대통령은 계엄을 해제시켰다.

 

CNN이 보도한 캠브리지 대학의 존 닐슨-라이트 일본 및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의 말처럼 비상계엄 선포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일을 예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8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암고 출신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으로 내정하자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를 “괴담 선동”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10%대로 내려간 지지율 등 현안을 단번에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 의료공백사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김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특검의 수사과정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김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도 부담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여당의 한동훈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계엄에 반대했다. 특히 한동훈 대표는 대한민국 군과 경찰 등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경거망동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일로 윤 대통령은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다. 윤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 것인지, 대한민국의 앞날이 크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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