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자본시장을 덮쳤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1년 중 최저점을 기록했고, 나흘간 13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환율도 1440원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정치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2300선 방어에 실패할 경우 증시가 장기간 저점 박스권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오후 1시 56분 기준 코스피는 전거래일(6일)보다 2.47%내린 2368.16을 기록 중이다. 이날 2392.37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한때 2365.51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4.41% 떨어진 632.15를 나타내고 있으며, 장중 한때 631.2까지 주저앉으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개인이 양대 시장에서 7315억 원(코스피 6177억 원·코스닥 1138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됨에 따라 탄핵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사태으로 촉발된 정국 불안이 탄핵 불발 이후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요동치고 있다. 나흘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26%, 8.47% 하락했으며 총 133조 원의 시가총액(코스피 105조 원·코스닥 28조 원)이 증발했다. 양대 시장 전체 상장종목 2714개(코스피 958개, 코스닥 1756개) 중 약 40.7%에 달하는 1105개 종목이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널뛰고 있다. 이날 1426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41분쯤 1438원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가는 물론, 2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야당이 2차 탄핵안을 추진하는 등 당분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의 변동성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탄핵 이슈 사례에서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시 단기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했고, 이후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증시와 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이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 저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2300선에서 하방 지지를 기대 또는 희망하고 있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스피 적정 PBR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 2012~2015년 당시 코스피 지수는 순자산이 늘어도 PBR 수준이 낮아지면서 1900~210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