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궤변에 가까운 말까지 쏟아내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결국 직무정지 당했다.
여당의원들조차도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말고는 사실 대통령 권한을 뺏을 방법이 없다”며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2∼3월 퇴진하고 4∼5월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지난번 담화에서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에 한 대표가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탄핵안에 당론으로 찬성 투표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면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인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회를 접한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참담하다는 반응이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우원식 의장의 말처럼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이어 무장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난입하던 광경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여당의 진종오 최고위원조차도 “21세기, 세계 10위권의 문명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며 두 번 째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첫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찍은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첫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힌 바 있는 김상욱 의원과 진종오·조경태·한지아 의원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 힘 의원은 점차 늘어났고 결국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다.
12일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국민들은 혹시 ‘하야 발표인가‘하는 기대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야당의 행태가 불만스럽다고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해버리는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사필귀정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루빨리 나라를 안정시켜 제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특히 군통수권을 비롯, 안보와 민생 경제, 외교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