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와 스페이스X 그리고 엑스(X, 구 트위터)의 오너인 일론 머스크는 독일 정치에도 관심이 각별해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당대표인 알리스 바이델(Alice Weidel)을 공개 지지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머스크는 AfD가 독일 정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내용의 글을 독일 언론 벨트(Welt)에 기고했다. 지난 9일에는 바이델과의 75분의 대담을 엑스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방송했다. 해당 영상이 나간 이후 AfD의 지지율이 치솟아, 기민련-기사련(CDU-CSU) 연합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집권당인 사민당(SPD)을 3위로 밀어냈다고 한다.
머스크-바이델 대담 영상에서 두 사람은 독일의 에너지 정책, 교육 정책, 관료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여러 쟁점에서 견해가 일치했다. 특히, 머스크와 바이델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에 대한 반감을 공유했다. 머스크와 바이델 둘 다 EU의 DSA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censorship)로 규정했다.
EU의 DSA가 검열이라면, 느린 검열이다. 머스크와 바이델의 대담은 라이브 방송을 동시 시청한 200만 명의 이용자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쳤다. 반면 EU는, 머스크가 엑스의 알고리즘을 조작해서 바이델과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에 이용자들이 접속하도록 유도해 DSA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심사한다고 하는데, 머스크가 소송도 하고 불복도 할 테니 과징금의 집행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다. DSA에 근거해 부과되는 과징금은 전 회계연도 매출의 6% 정도가 상한이라고 하니 결코 무시할 규모는 아니다.
머스크가 한국 정치와 선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관여하려고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 12월 3일 계엄과 12월 16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거치면서 한국 정치는 어느 때보다도 (남의 눈으로 보면)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폭스바겐의 나라에 관심이 많은 테슬라의 테크노킹이 현대차의 나라에는 무관심할까? 머스크가 한국의 조기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인과 엑스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도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스크가 아니더라도 제2, 제3의 머스크가 나타나 “내정간섭”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이 기소의 칼을 뽑고, 방송통신위원장이 엑스 본사에 찾아가 탁자라도 내리치고 와야 하나? EU의 DSA를 도입해 규제 위에 규제를 얹어 대비해야 할까?
우리는 유럽과 보법이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