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16조 원 이상의 역대급 실적을 거둔 가운데, 그동안 보험 계열사들을 탄탄하게 키워 온 KB금융이 선두를 차지하는 등 보험사들의 성패가 이들의 실적 순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대출이익이 둔화 등으로 은행의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앞으로 보험사를 필두로 한 비은행 계열사의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12일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을 종합하면 이들은 지난해 총 16조 42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호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은행으로, 4개 은행은 일제히 3조 원대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결정적으로 순위를 가른 것은 비은행, 특히 보험사들의 활약 여부였다. 5조 원 이상의 호실적을 시현하며 '리딩금융'을 수성한 KB금융의 경우 보험 계열사에서만 1조 108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는 각각 8395억 원, 2964억 원의 순익을 올리며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 양 사의 순이익이 그룹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69%, 5.04%다.
신한금융의 경우,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이 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실적을 내며 '리딩뱅크'에 올랐음에도 보험사들의 실적 차이로 인해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신한라이프가 5284억 원의 실적을 보였으나 신한EZ손보가 174억 원 적자를 냈다. 두 그룹의 실적 차이는 5607억 원으로 보험 계열 자회사들의 실적 차이(5979억 원)과 비슷하다.
하나금융 역시 보험업 약세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손해보험과 하나생명은 지난해 각각 308억 원, 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국민은행보다 1046억 원 많은 순익을 거뒀지만 전체 그룹의 실적 KB금융보다 1조 3394억 원 낮았다.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지난해 역대 2위 규모의 3조 860억 원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 중 90% 이상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1위인 KB금융과의 실적 차이도 1조 9922억 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은 현재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은행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체적으로 그룹 이익의 약 90%를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며 “보험사(동양·ABL생명)가 인수된다면 단시일 내에 은행 의존도를 80% 수준으로 낮춰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언급하며 대출 위주의 수익구조를 지적한 데다 올해 들어 은행의 영업환경도 나빠질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앞으로 비은행 계열사들의 활약 여부가 향후 금융그룹 사이의 실적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 내 은행이 차지하는 수익이 압도적이지만, 점점 비은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나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앞둔 상황이라 비은행 부문의 이익 확대가 올해 그룹의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