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삼성금융네트웍스와 메리츠금융이 견조한 실적을 시현하며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은행의 이자 이익 없이도 보험사를 필두로 모든 계열사들이 일제히 선전한 덕이다. 금융지주 사이의 실적 경쟁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업권 내에서 비은행금융사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 4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5조 9006억 원으로 5대 금융 중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5조 787억 원)보다 8219억 원 많다. 이에 따라 삼성금융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은행을 보유한 5대 금융을 뛰어넘는 실적을 시현했다.
'보험 형제'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2조 클럽에 입성하며 실적을 주도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전년보다 11.1% 증가한 2조 260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14% 성장한 2조 76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664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새 9.1% 늘어난 것으로 약 10년 만에 신한카드를 꺾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 역시 6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영업이익 1조 2058억 원, 순이익 8990억 원을 시현했다.
삼성금융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없는 메리츠금융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내며 2년 연속 2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9.8% 늘어난 2조 3334억 원이다. 5대 금융 중 가장 실적이 저조한 농협금융과의 차이는 불과 1203억 원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전년 대비 9.2% 늘어난 1조 7105억 원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메리츠증권도 영업이익 1조 549억 원을 달성하며 2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6960억 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중요성은 올해 5대 금융 사이의 실적 경쟁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보다 4436억 원 많은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으나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리면서 그룹 전체 실적에서는 KB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수성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장세는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자 장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둔화돼 금융그룹 내 비은행 기여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