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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후 '122일'...대한민국 지킨 국민들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앞으로 모인 시민들
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집회 참여해 尹 탄핵 촉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한 지 122일 만에 파면됐다. 장장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지 길거리로 모여들어 집회를 이어갔다. 이에 경기신문은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민주주의 방패' 역할을 해낸 시민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 계엄 당일 무장한 군·경 앞에서 두려움 없던 시민들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쯤 윤 전 대통령은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 인근에 배치된 경찰들은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았으며, 군 병력은 군 차량과 헬기를 통해 국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직접 국회로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군과 경찰에 "이게 무슨 짓이나"며 항의했다. 소총과 실탄으로 무장한 군 병력을 눈앞에 두고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에 들어온 군 특수부대 병력은 손쉽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는 등 국회를 무력화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무마시킬 수 있던 것은 국회로 몰려든, 대한민국의 주인인 시민들이 이들의 만행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 "언제까지라도 함께 가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야권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민들은 각종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 참여해 "윤석열을 파면하라"며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주최 측이 재생한 음악에 맞춰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응원봉과 플라스틱으로 된 모형 촛불을 흔들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연단에 서서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라 외쳐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같은 달 7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의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지만, 일주일 뒤인 14일 마침내 가결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만세'를 외쳤고, 감격해 눈물을 터뜨린 이들도 볼 수 있었다.

 

◇ 탄핵소추안 가결 후 탄핵까지 '122일' 시민 피로감 급증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시민들은 겨울 내내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집회에 동참했다. 당시 이들은 추운 날씨를 버티기 위해 두터운 옷과 담요를 둘렀다. 특히 은박 담요를 덮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초콜릿 키세스와 모습이 비슷해 '키세스 군단'이란 애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까진 무려 122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졌다. 특히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주축으로 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되면서 양측의 충돌이 우려돼기도 했다.

 

지난 1월 19일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서울서부지법 집단 난동' 사태가 발생하면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본인이 집회에서 다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 시민 손으로 일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어 지난 1일 헌법재판소가 4일을 탄핵 선고날로 결정했고, 당일 안국역 일대에서 진행된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 생중계된 헌법재판관들의 탄핵 선고 영상을 시청했다.

 

오전 11시 22분쯤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주의를 되찾았다"라 외치며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희성 씨(42)는 "내란수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외치며 집회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박지명 씨(24)는 "헌정을 유린한 윤 전 대통령이 마침내 그 책임을 지게 됐다"며 "그동안 반성 없는 태도에 분노했는데, 오늘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됐다. 청년층이자 젊은 세대로서 이 순간을 절때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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