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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화면을 보며 배우는 시대

 

요즘 교실에서 아이들이 제일 반기는 말은 “태블릿 꺼내세요”다. 문제를 풀거나, 자료를 조사할 때, 아니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때, 태블릿은 이제 교실의 일상 도구가 됐다. 아이들은 손쉽게 화면을 넘기고, 입력하고, 답을 제출한다. 마치 교과서보다 더 익숙한 도구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끔 묻게 된다. 지금 아이들이 집중하는 건 수업일까, 화면일까?

 

디지털 기기가 교육에 들어온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수업이 일상화됐고, 이후 많은 학교에서 기기 활용 수업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학습 콘텐츠의 접근성은 높아졌고, 교사 입장에서도 각종 기기를 활용하며 자료 준비와 수업 운영이 훨씬 유연해졌다. 과거에 비해 수업의 형식은 풍부해졌고, 아이들의 반응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가 집중을 돕기보다 방해할 때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태블릿을 켜는 순간, 교사는 하나의 수업을 하면서 동시에 20개 이상의 ‘작은 세상’을 감시해야 한다. 문제를 푸는 화면 같지만, 알고 보면 유튜브를 켜거나, 검색창을 띄워놓고 엉뚱한 걸 들여다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집중이 분산된 상태일 뿐이다. 아이들은 눈앞의 활동에 몰입하기보다, 자극적인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다. 특히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초등학생들에게는 이런 유혹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기기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점점 낮아진다는 점이다. 수업 중 ‘다른 화면을 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그냥 보고 있었어요”, “잘못 눌렀어요” 같은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처음에는 조심스럽던 아이들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기기 안에서도 자유롭게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기를 통한 수업은 ‘몰입’보다는 ‘소비’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결국 수업 시간은 점점 산만해지고, 아이들의 사고 흐름은 끊어지기 일쑤다.

 

기기를 통한 학습이 늘어난 만큼, 손을 움직이고, 몸을 활용하고, 친구와 대화하는 활동은 줄어든다. 글씨를 쓰는 대신 터치하고, 친구에게 묻기보다 검색을 한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수하고 질문하며 성장한다. 그 과정을 짧게 줄이는 대신, 손쉽게 ‘답’을 얻도록 만드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일까?

 

교사 입장에서 태블릿 수업은 매력적인 도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수업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안의 흐름은 교사가 조율해야 한다. 단순히 기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는 수업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순간에 기기를 닫고, 아이들끼리 이야기하게 하고, 직접 손을 움직이게 하는 수업이 집중을 되살리는 방법일 수 있다. 때로는 느리고 번거로운 방식이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기기 활용의 ‘양’보다 ‘질’을 고민할 때다. 얼마나 자주 쓰는가보다, 언제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눈이 화면이 아닌 사람에게 향할 때, 그 수업은 진짜 살아난다.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기 사용법이 아니라, 기기 너머에 있는 집중, 사고, 관계의 힘이다. 우리는 그 출발점을 다시 교실에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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