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실제 집값은 물론 가계부채 급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통화정책과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심리는 물가 기대심리와 달리 실제 가격 변동에 선행하는 성격을 가지며, 특히 8개월 후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주택시장 심리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매달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사용하고 있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99로 바닥을 찍은 뒤 5월에는 111까지 상승, 시장 기대가 다시 과열 양상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높아질 경우 실제 주택가격뿐 아니라 가계부채, 산업생산, 소비자물가 등 주요 거시지표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대심리 상승 3~4개월 후에는 산업생산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져 신용팽창과 금융불균형의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리 인하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은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까지 동시에 느슨해질 경우 기대심리의 과열 효과는 더욱 커졌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대로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는 기대심리 반응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기대심리를 대상으로 모의실험도 실시했다. 당시의 기대심리가 억제되었을 경우, 집값 상승률은 실제보다 절반 수준(24% → 11%)에 그치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3분의 1가량(7.6%포인트 → 4.9%포인트) 줄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기대심리의 과열은 ‘영끌’, ‘패닉바잉’과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반응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기에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등 양측 정책의 균형 있는 운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대심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 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정책당국이 단기 가격 흐름보다 시장 심리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