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정부에 건의했던 내용들을 행정부 수장이 된 지금 직접 관철하려 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입장이 바뀐 이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를 들어 견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 경우 야당의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신문은 ‘이재명 지사의 요청, 이재명 정부가 들어줄까’라는 주제로 이재명 전 지사와 현 김동연 지사가 일맥상통하는 요구사항과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경기도지사 숙원, 국무회의 參…지방 반발·李 실용주의 ‘변수’
②경기도 수사권·조사권 확대?…당장은 아냐
③민선7기 역점 ‘공정성’, 중앙서 직접 손보나…‘안전성’은 함께
<계속>
◇지방서 흐지부지 넘어간 ‘공공조달’ 불만, 중앙서 직접 해소하나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이던 지난 2020년 민선7기 경기도 후반기 역점사업으로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의 공공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대체할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중앙정부가 조달경쟁 체제를 독점하고 있어 비싸진 가격이 지방정부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조달사업법, 전자조달법,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등 법령에 따라 나라장터를 이용하되 법상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자체 조달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당시 조달청은 오히려 일부 기관들이 자체운영 중인 26개 전자조달시스템을 나라장터로 일원화해 중복운영, 기업불편, 예산낭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이를 근거로 2021년 본예산 편성에서 공정조달시스템 구축 예산 전액을 삭감했고 도는 설득 끝에 조달청 승인을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 예산만 겨우 편성했다.
도는 용역을 통해 사업의 재무적·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지만 조달청 승인과 조달사업법, 지방계약법, 전자조달촉진법 및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선행조건이 걸렸다.
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달청에 승인을 요청하고 법령 개정을 같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조직 축소를 감행하면서까지 법 개정을 해주겠느냐’는 목소리에 흐지부지됐다.
특히 2021년 10월 이 대통령이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동력이 상실됐다.
이후 2022년 정부는 나름대로 나라장터 개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앞서 독점으로 나라장터 판매가가 올랐다고 했지만 정부는 전관예우로 조달청 출신이 있는 협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가격 부풀리기’가 됐다고 보고 이 부분을 손봤다.
이 대통령이 당시 정부의 조치로 지방정부의 가격 부담이 해소됐었다고 보면 현재는 지방 자체 시스템의 필요성을 부인할 여지가 있다.
당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판단하더라도 현 정부 들어 ‘독점 권한 분산’이라는 기조 하에 기재부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중앙정부 선에서 해소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李지사가 바라던 2개 감독권, 李정부서 희비가 엇갈릴 듯
노동안전지킴이 운영 등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힘쓰던 이재명 당시 지사는 지방정부 근로감독권 공유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근로감독권은 중앙정부만 갖고 있는데 문제는 중앙 인력이 부족해 도내 산재사고 증가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민선8기 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노동감독권 이양을 공약해 이번 정부에서 실현, 김동연 지사의 산재예방 종합계획 추진에도 도움 될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오히려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이 대통령에게는 권한 이양에 앞서 지자체별 상황을 들여다보도록 요구된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공정거래 감시역량 강화를 위한 감독 권한 공유를 요구, 이를 위한 연구용역도 실시했지만 역시 이 대통령이 지사직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좌초됐다.
이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정거래 등을 다루는 경제1분과 소속 위원들을 보면 당시 자신이 했던 요구를 재조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1분과 위원인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앞서 “감독기관이 분화되면 금융기관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근로감독관 인력 충원을 언급하며 지사 시절 불만이었던 ‘중앙정부 차원의 발빠른 공정거래 감독’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공정위) 인원이 적어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행정적 편의성을 위해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