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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보기] 민주주의의 지킴이: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

 

작년 12월 3일 밤은 여느 때나 다름없는 일상적인 밤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느닷없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된 지 지난한 6개월여가 흐른 지난 6월 3일 내란 사태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내란 종식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더불어 민주주의는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동안 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정치제도 중에서 최고의 제도라고 철통같이 믿어 왔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상호 관용과 자제의 규범을 외면할 때, 민주주의가 붕괴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한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적(敵)으로 간주했을 때, 민주주의의 권력분립의 핵심적 개념 요소인 견제와 균형은 여지없이 깨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는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 교수의 공동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도 권력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이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사례는 1800년에 연방주의자 존 애덤스 대통령과 대표적인 공화주의자 토머스 제퍼슨이 경쟁을 벌였던 때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양 진영 모두 영구적 승리를 목표로 삼았으며, 그들은 상대 집단을 정치 세계에서 완전히 몰아내고자 했던 치열한 대선이었다. 그 후부터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으며, 경쟁자가 반드시 적이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선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로 마틴 반 뷰렌(Martin Van Buren)을 꼽는다. 그는 오늘날 미국의 민주당 설립자로 제8대 대통령을 역임하였다. 반 뷰렌의 전기 작가에 따르면 그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경쟁자를 만났지만 적은 없었다. 당시의 정치인들은 경쟁자에 대한 인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전면적인 투쟁의 정치가 어느덧 상호 관용의 정치로 바뀌었다. 그러나 상호 관용의 규범은 시대적 아픔인 남북전쟁을 계기로 오래 가지 못한 채 시들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남북전쟁 세대가 점차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상호 관용이 정치 규범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행정부 관료와 의회지도자 그리고 대법관은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았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권력기관들은 주어진 권한을 가능하면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내란 사태는 6.3 대선으로 일단락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선배들이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를 되찾게 되어 다행이다. 한 지도자의 무모한 야욕과 망상으로 인하여 한동안 민주주의가 큰 위기를 맞았었다.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이 땅에 다시는 이번 내란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을 철저히 가려내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내란 선동 예방을 위해 견고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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