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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상호관세 초읽기…이재용·김동관·정의선 美 집결

재계 총수들 대미 ‘투자 외교’ 전면에
삼성·한화·현대차, 협상 지렛대 마련 나서

 

한·미 상호관세 발효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정부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들이 전면에 나서 미국 정·관·재계와의 접촉을 통해 투자 외교전에 본격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29일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DC에서 미국 측 인사들과 접촉 중이며, 같은 날 이재용 회장도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상호관세 발효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의 방미는 사실상 정부의 관세 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도 이날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의 마지막 조율에 나선 가운데, 민간 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규모 투자·협력 패키지를 카드로 꺼내 들며 물밑 지원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방미에서 이재용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협력 방안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인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 이상을 투입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맺은 22조 8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AI칩 공급 계약은 미국 산업계와의 협력 사례로도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재용 회장과 직접 화상통화를 했다. 삼성과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공개적으로 신뢰를 표명했다. 양측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해군력 강화 및 조선 산업 재건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중심으로 방산·조선 분야 협력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을 3차례 수주했으며, 그룹 차원에서 올해 초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통해 LNG 운반선 수주에도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이 조선소를 거점으로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계획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투자 및 협력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현대차그룹도 한·미 협력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면담하고,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 철강 공장 신설 등을 포함한 총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정부는 15% 수준의 관세율을 협상의 최종 방어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수준이 일본이나 EU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사한 규모의 투자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0조 원), EU는 6000억 달러(약 83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각각 15% 관세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기업들로부터 미국 내 투자 의향과 계획을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협상안을 조율했다. 네덜란드의 ASML, 독일의 BASF, BMW, 메르세데스-벤츠 CEO 등이 참여하는 유럽기업인라운드테이블(ERT)이 실무 협상에 관여하기도 했다.

 

일본도 주요 업종 대표와 대기업 경영진이 직접 협상에 참여해 실질적 조율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역시 이번 협상에서 재계 총수들이 중심이 돼 정무적 설득을 넘어 구체적인 투자 실행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협상이 정책 논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협력 논의로 전환될 수 있다”며 “현지 산업계와의 긴밀한 정보 교류와 맞춤형 투자 제안이 미국 측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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