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여사는 곧바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여사는 2010~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자금을 대고 직접 거래에 가담, 약 8억 1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무혐의 처분했지만, 특검은 부당이득 액수를 특정해 영장에 적시했다.
또 김 여사는 2022년 대선·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81회에 걸쳐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청탁을 들어준 혐의도 있다. 여기에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숙원사업 해결을 대가로 건넨 600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측근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수수한 의혹도 받는다.
이날 김 여사는 예정 시각보다 40분 빠른 오전 9시 20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심문은 약 4시간 만에 종료됐다. 특검은 전날 서희건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이봉관 회장의 자술서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현물 증거로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여사 측은 “20년 전 홍콩에서 가품을 구입해 모친에게 선물한 것이며, 2022년 나토 정상회의 때 잠시 빌려 착용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특검은 이 회장이 검사 출신 사위 박성근 변호사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 청탁 대가로 목걸이를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혐의는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특검의 ‘승부수’ 성격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구속으로 특검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희건설 목걸이 수수 의혹(뇌물죄)과 함께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 등 특검법상 규정된 다른 범죄 혐의 수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의 측근 김예성 씨도 이날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